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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n 17. 2021

스물아홉, 그 여름에

나의 이십 대를 돌아보며

* 2015. 8. 27. 에 작성된 글입니다.

요즘 친구들이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생판 남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쌍을 이루어 세상과 타협하고 성장하고 패배하고 교훈을 얻는 순간들의 영광과 조그마한 아이를 만들어서 이름을 붙이고 아이가 본능적으로 엄마 아빠를 찾는 그 순간의 감격들이 얼마나 벅찰지를 상상해본다.

더불어 그 순간들을 이미 겪어 거울 속 세월을 따라 깊은 주름에 어색할 중년의 부모님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사람이 산다는 건 다 그렇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흔한 라이프 패스(Life path)는 제각각 다 다른 유전자를 지닌 것 같다. 우연과 선택의 오묘한 조합 그래서 더 아름답고 찬란한 우리는 2030. 더 잘 살기를 고민하지만 더 잘 산다는 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미 대학 졸업 후 몇 년간의 벌이가 얼마나 얄팍한지를 알고 언젠가 후회했던 내 선택 하나가 사실은 신의 한수일 수 있었음을 안다.

평범해서 재미없다 싶은 오늘이  나 혼자는 이룰 수 없었던 고마운 날들임을 알고, 많은 사람들 속의 고독보다는 일당백 한 사람으로 인해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안다.

일확천금의 기대보다 정직한 땀방울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유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에 깊게 공감할 수 있고 행복은 바로 이 순간 발견해야 할 것이지 밖에서 찾을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나는 이십 대를 다 들어부어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 시점에 나는 몇 년 전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다만, 확실히 아는 것은 나는 지금 매일매일이 상당히 행복하다는 것과 서서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을 만큼 심신이 평화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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