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Jul 10. 2021

남편과의 <운동> 데이트

뚱뚱해졌어도 너를 사랑해

엄마가 죽고 먹기 시작한 불안증 약 때문에 나는 몸에 살이 오르기 시작했고 살면서 이런 몸을 가져본 것이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는 요즘이다.

"한 달 전 즈음부터 갑자기 몸에 살이 쪄요"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나요?"
"네.. 특별히 많이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찌네요"
"지금 드시고 있는 불안증 약이 살을 좀 찌우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요. 불안증이 이제 많이 가라앉았으니 용량을 좀 줄여보도록 하죠"

아침에 비몽사몽간에 일어났다. 집에 있는 식구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마저 너 요즘 살쪘다, 할 만큼 살이 찐 데는 불안증 약도 있지만 발가락이 부러져 한 달 정도 거의 거동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부쩍 움직임이 답답하고 온몸이 찌뿌듯하던 것을 이제는 바로 잡을 때가 된 것 같았다. 남편과 집 앞에 그룹 PT를 한다는 운동시설 체험수업을 찾아갔다.


오랜만의 헬스장. 필라테스가 인생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다닌지 오래라 무게를 치고 맨몸 런지를 하는 풍경은 참 낯설었다. 그러나 남편과 함께 집 밖을 나선 것이 설레 아침 공기가 더위를 품어 꿉꿉했음에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룹 PT는 서킷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는데 웬일인지 내 손에 이끌려온 남편 말고는 모두가 여름을 준비하는 여성 동지들로 가득했다. 부끄럽다고 느껴주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분명 예전에 하던 동작인데 둔해진 내 몸은 중심잡기가 힘들어 비틀거렸고 몇 번 동작을 안 했는데도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이 피로해졌다. 옆을 흘끔 보니 남편은 곧잘 따라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러지....


당분간은 체력 늘리기보다 체격 줄이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 등록은 안 했지만 오늘 운동을 나와 진짜 좋았던 게 하나 있다.


맨날 자고 있는 내 얼굴 보고 출근하는 남편이,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내 몸짓을 지켜보고 있음을 앞의 전신 거울로 비춰보면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우리 둘만 통하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남편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내가 차려주는 별거 없는 밥상 위에 젓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며 말했다.


"너 진짜 살쪘어. 거기 있는 아줌마들보다 네가 더 토실토실한데 열심히 해보겠다고 쿵쿵거리는 게 너무 귀엽더라. 오늘 같이 운동해서 좋았어"


그나저나 나 아직 애도 안낳았는데 이런 몸으로 괜찮은걸까. 다음주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단약을 진지하게 상담해 볼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등학교 동창 R과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