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남동생이 주말 출근을 안 하는지 토요일 저녁 아빠가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 때 전화를 했나 보다.
"아버지 내일 초복이니 삼계탕 먹게 우리 집 와요"
전혀 무슨 내용인지 전달받지 못했던 나는 느닷없이 출입차 등록하게 차번호 알려 달라는 동생의 카톡 메시지에 어리둥절했다.
올케와 남동생이 만든 해신탕
삼계탕에 문어와 전복을 올린 한상차림을 앞에 두고 아빠와 남동생, 나는 막걸리를 한 병씩 마셨다. 사위는 운전한다고 며느리는 요리한다고 맨 정신인데 원가족만 잔을 들고 신나 있다. 건배 전 아빠의 한마디가,
"낮술은 어미 아비도 못 알아본다는데...."
다 같이 하하하 웃었다.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기분 좋은 가족 식사를 한지가. 물론 다 같이 그간 한잔하기도 했고 밥도 먹고 했지만 결국 울적해져 버리는 나는 술기운에 기분이 외려 가라앉기만 했었는데.
집에 돌아오면서는 엄마 생각을 했다. 딸네 집에 가면 딸 집 에서도 밥상 차린 다고 투덜거리던 엄마는, 며느리네 가면 며느리가한상 차려놓고 기다린다며 나 들으라고 핀잔을 주곤 했었지. 오늘 이 음식들을 보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어제가 올해의 초복이라 올케가 <백 주부 레시피> 보고 열심히 만들었다는 밥상이 이제는 가족들, 특히 아빠를 위한 것이지만 문어는 질겨서 안 먹는다는 아빠가 며느리 밥상에 함박웃음 지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이 가족이 앞으로도 이렇게 웃으며 살 수는 있겠구나 싶어서 고맙고 안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