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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l 26. 2021

자식이 부모에게 선물하는 기쁨

그래 고맙다, 하고 기쁘게 받는 아빠가 될 수 있길

동생이 JDX라는 운동복 브랜드에서 군인 할인을 받아 옷을 구입할 수 있다는데 그 할인폭이 적지 않다. 동생은 벌써 몇 번이나 아빠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고 했다. 매번 에누리 닷컴 같은 곳에서 최저가로 주문한 티셔츠를 목이 늘어날 때까지 입는 아빠가 안타까운 것이다.


동생은 오늘도 아빠에게 옷을 사러 가자고 했다. 아빠는 이번에도 싫다고 했다. 동생이 쓰는 게 아깝다는 것이다. 나는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 아빠, 아빠 자식 둘은 공무원이고 사위와 며느리는 공사와 대기업에 다녀. 맞벌이 해. 티셔츠 몇 장 사는 돈 쓴다고 큰일 안나. 자식이 부모한테 해주는 기쁨을 빼앗지 말아요"


결국 아빠를 옷가게로 모시고 가기까지는 성공했는데 아빠와 동생은 삼십 분 만에 집엘 돌아왔다. 빈손이었다. 아빠는 반팔 셔츠가 육만원씩 하는 게 제정신이냐며 가게를 나가버렸다고 한다. 생은 아빠 옷 한 벌 사주려고 본인이 사장님이나 된 듯 기능성 소재가 어떻고 하다가 맥이 빠져 돌아왔다. 잔소리를 퍼붓는 내게 아빠는 아빠대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중을 기약하며 입장 표명하기 바쁘다. 옷 한번 사기 참 힘들다.


아빠는 자신에게 돈을 쓸 줄 모른다. 그런데 자식한테 받을 줄 모르는 병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남동생이 안마의자를 사고 나는 아빠 침대를 샀다. 그때도 됐네, 싫네, 하면서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물건들이면서 아빠랑 말씨름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아빠가 살아온 습관을 존중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아빠가 외벌이로 살아오면서 항상 아껴야 했던 삶의 흔적이 지금의 아빠 습관으로 굳어졌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아빠의 자식들이 장성했다. 부유하진 못하더라도 형편을 걱정해야 할 입장으로 살고 있지 않다. 때문에 아빠도 가끔은 자식들에게 그래 사줘라, 고맙다 하면서 기쁘게 받을 줄 아는 노인으로 늙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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