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Aug 15. 2021

어묵국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는 마음

어제저녁 우리 집 저녁식사는 어묵국이었다. 삼치 김치찜이 실패로 돌아가 한 끼 먹고 몽땅 버리고 새로운 국물이 필요했다. 아빠는 어묵국을 끓여보겠다고 하니 인근 마트에서 재빨리 재료를 사다 주었다.


어묵을 받아 들고 나서야 어떻게 끓이는지 검색을 했다. 여러 가지 레시피가 있었다. 그중 우리 집에 있는 재료로 끓일 수 있는 레시피를 하나 픽 한 뒤 천천히 내용을 정독했다.


먼저 다시다 두장에 양파 반개를 썰어 넣고 팔팔 끓였다. 국물이 우러날 즈음 진간장을 세 스푼 정도 넣고 다진 마늘 반 스푼을 넣었다. 또 팔팔 끓였다. 끓는 동안 기억에서 휘발된 조리법을 한번 더 읽어봤다. 이제 넣어야 할 것은 청양고 추한 개 파 약간. 어묵을 퐁당하니 기름기가 싹 올라오는 게 제법 어묵국 모양새가 났다.


이것저것 집에서 조리한다고 찾아보다 보니 요리가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여기까지 해내는데 삼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밥과 어묵국,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를 꺼내놓으니 근사한 저녁식사가 완성되었다.


아빠와 남편의 반응도 좋았다. 아빠는 두 그릇을 먹으며 음, 이거 괜찮네 하고 말했고 남편도 어묵국 진짜 맛있다. 하며 실컷 어묵을 건져먹었다. 밥을 좀 덜먹으면서 까지 말이다.


나는 남편과 아빠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게 기분이 좋다. 비록 내가 먹고 싶은걸 해 주던 엄마는 없지만 남편과 아빠에겐 내가 있으니 여전히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나는 휴직기간에 내 여유시간을 통틀어 요리 실력을 늘리고 있는 중인데 어찌 보면 엄마가 떠난 건 이런 교훈인 거 같기도 하다.


"너도 이제 니 새끼 낳으면 니신랑이랑 애기 밥 해먹이고 해야 하니까 좀 배워놔야 하지 않겠니?"


알았어, 엄마.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와 남편 사이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