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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Aug 19. 2021

꺾인 60대 노익장의 구직활동 7

#110. 조건이 좀 더 나은 곳으로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겠습니다

아빠는 어제 "교수직"을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못내 아쉽다. 학교 측에서는 아빠가 거절하는 사유가 뭔지 묻기도 전에 당황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아빠는 꼬치꼬치 대답해 주지 않고 짧게 <불참하겠다> 고만 답 했다.


갑자기 그만두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학교의 시스템이 좀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재를 보내달라고 연락을 취해도 답을 하지 않다가(사람 조바심 나게)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강의 시수를 통보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교재를 보내줄 때에도 출판사에 보낼 문자메시지를 아빠에게 보낸다던가, 또 갑자기 교재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제 초보 교수가 되는 아빠에게 시연 강의를 요구 한다던가. 예측 불가능한 그들의 행정시스템이 계속 아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에는 공부하고 가르치고 출근하는 시간 대비 보수가 탐탁지 않다는 점이 있다. 수업시수가 처음 얘기했던 것의 1/3에 불과해 백만 원 이쪽저쪽의 보수를 받게 될 예정인데 그에 비해 교안 짜기부터 처음엔 얘기되지 않았던 부수적인 업무를 너무 많이 붙이니 아빠로서는 이렇게 까지 해야 해,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아빠가 현장직 근무를 하는 것보다 학교에 출근하기를 원했기에 아빠의 <불참>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빠도 들떠 있었고 우린 모두 아빠의 출근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학교 측의 무리한 요구와 다소 아쉬운 행정력에 대해서는 언제 언쟁이 생겨도 생길만한 것임을 옆에서 보았기에 아빠의 선택을 존중한다.


아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OOO항공사의 항공정비사 자리에 이력서를 내놓은 상황이다. 올 가을쯤 채용이 재개된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다. 되든 안되든 아무려면 어떠냐마는 나는 아빠가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며 엄마가 죽기 이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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