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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Aug 28. 2021

미역국

엄마가 끓여주던 것만 못하지만

어제저녁 우리 집 저녁 메뉴는 미역국이었다. 남편이 내가 끓인 미역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생일이 아닌데 끓이는 미역국은 어색하지만 어제는 날이 좀 추웠고 퇴근하고 집에 오는 남편에게 따뜻한 국물을 먹이고 싶었다.


미역국 끓이기는 정말 쉽다. 미역을 불리고 잘게 자른다. 불린 미역에 참기름을 넣고 달달 볶은 뒤 국간장 두 숟가락에 간 마늘 첨가 후 팔팔 끓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간을 맞출 때 요리 에센스 <연두>를 조금 첨가한다. 그러면 죽은 음식도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브런치 배경 사진은 내 생일에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다.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줄 엄마는 없지만 내가 가족들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상하게 아무리 내가 끓여도 엄마가 내던 맛이 나지 않아 아이러니하다.


미역국 하면 생각나던 에피소드가 있다. 남편이 많이 아프던 날 우린 친정집에 왔다. 남편이 속이 안 좋아서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던 차에 엄마랑 둘이 마트에 가서 미역을 샀다. 엄마는 속이 안 좋을 때 연한 미역으로 끓여야 한다고 산모용 미역이라는 미역 봉지를 샀고 남편을 위해 진하게 국물을 우려 미역국을 끓여먹였다. 남편은 다음날 멀쩡히 살아났다.


미역국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맛있게 참 잘 끓였었는데.  그러고 보면 엄만 내 생일마다 미역국을 꼬박 끓여줬는데 나는 한 번도 엄마 생일에 요리를 했던 적이 없다. 엄마 생일엔 엄마가 맛있게 준비한 음식들을 앞에 두고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가족 식사를 했었다. 한 번쯤의 내가 준비했어도 좋았을 뻔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그때는 몰라서 못했다 치고 지금은 내가 할 수 있으니 가족들의 생일마다 생일 기분 내줄 수 있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거 해줄 엄마가 없지만 다른 가족들은 내가 만든 음식 먹으면서 엄마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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