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엄마한테도 들를 겸 헤이리 마을에 다녀왔다. 엄마를 보니 역시나 펑펑 눈물이 나와 바닥에 주저앉아 울만큼 울고 바로 건너편의 헤이리 마을에 다녀왔다.
남편은 내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자꾸 어딘가를 가자고 하는데 내가 집에만 있고 싶어 해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다. 나 돌본다고 같이 집에만 있는 남편이 안쓰러워 몇 주 만에 바람 쐬러 나왔다.
맛있는 간장게장을 먹었다. 남편은 웃었다.
"연애할 땐 네가 양식을 좋아한대서 예쁘게 생긴 음식만 먹으러 다녔는데 이젠 맛있는 한식 찾아다니네"
남편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남편이 강남역에 있는 김치보쌈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 본인 생각엔 진짜 맛있는 집이라고 데려갔다는데 당시 나는 남편이 그런(?)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먹는 내내 손도 안 대고 깨작이며 투덜거렸던기억이 난다.
간장게장을 다 먹고 나서 디저트를 찾았다.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한라봉 에이드를 시켰다. 주문해서 음료가 나오고 다 먹기까지 한 오분 걸렸을 것이다. 남들은 한잔을 시키고도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대화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데.
남편은 또 웃었다.
"우리가 부부가 맞나 봐. 음료 나오고 대화 없어. 마실 동안 맛있다. 한마디 한 게 다야. 5분 만에 다 먹고 빨리 가쟤."
나도 웃었다.
남편과 나는 십 년 연애하고 육 년 차 부부다. 다른 부부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리는 다정하고 따뜻한 부부이며 평소 대화도 많이 하지만 결혼 전과 후는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 밖에서보다 집에서 식사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커피도 집에서 캡슐을 내려마시니 나갈 일이 없다. 집에서 대화도 더 많이 한다. 외려 밖에 나가면 무슨 놈의 귀소본능이 이렇게 강한지 "빨리 가자" 하는 게 일이다. 엄마가 떠나고 귀소본능이 더 강해졌다.
6천 원짜리 에이드를 시키고 냉수 먹듯 벌컥벌컥 마시곤 오분만에 일어나는 카페 우수고객. 그게 우리 부부가 될 줄은 몰랐다. 몰랐지만 싫지는 않다. 그만큼 서로 허물없고 밖에 굳이 나와서만 진지한 대화를 나눌 분위기를 잡는 그런 커플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귀가. 아빠에겐 엄마에게 들러 울고 온 것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카페에서 사 온 빵을 꺼내 잘라주면서 저녁으로 또 컵라면을 집는 아빠하고 실랑이를 했다.
카톡으로 남편과 상의를 했다.
"아빠 독립 조건으로 찌개 다섯 가지 만들기를 걸어야겠어. 의견이 어때?"
"ㅎㅎ함 얘기해봐."
남편도 웃고 나도 웃었다. 무드는 개밥에 물 말아먹는 남자가 되긴 했지만 나는 이렇게 사소한 상의를 "아무 때나" 나눌 수 있는 내 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가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