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손이 정말 크다. 아직도 나는 엄마가 사둔 재료를 이용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소면 같이 오래 먹을 수 있는 건 한 이십인분씩 집에 그득하다. 북어포도 건어물류라 오래두고 먹을 수 있어서 집에 한보따리 있었다.
아빠는 매일 재료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사기전에 이미 있는 것 먼저 소진해야한다고 난리다. 때문에 저녁메뉴는 내가 정해서 준비하는게 아니라 재료가 나를 선택하는 셈이다. 오늘의 메뉴는 북어국이다.
북어국 만드는 방법은 쉽다. 인터넷에 갖가지 레시피가 다 있어서 한번 휙 읽어보고 넣으라는대로 넣으면 될 것 같았다. 여태 모든 요리를 인터넷에 의존 했으니 이번에도.
먼저 북어포에 국간장 두스푼을 넣고 다진마늘과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한뒤 파, 두부, 청양고추를 넣고 팔팔 끓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에이, 맛이 안난다.
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새우젓을 조금 더 넣었다.
사실 북어국을 어디가서 많이 먹어보지를 않아서 이게 맞는 맛인지 잘 모른다는게 문제다. 엄마는 북어국을 잘 끓여주지 않았고 중학생 시절 급식으로 나오던걸 몇번 먹었던게 마지막 기억이다.
이즈음 되면 요리 에센스 연두가 등장할 차례다. 간이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재료도 맞게 넣었는데 이상할 땐 연두를 넣으면 일단 다 맛있어진다.......고 믿고 싶은데 오늘은 안통한다. 연두를 넣었는데도...뭔가 이상하다.
왠지 오늘 북어국은 망한것 같다. 어쩌겠어. 참기름만 조금 더 넣어보고 맛있든 없든 그냥 드시라고 해야지.
<추신>
방금 아빠가 간을 한번 보시더니 맛있다고 했다.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