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Sep 05. 2021

반찬 싸주는 네 모습이 싫었어

엄마를 닮은 내 행동이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것

남동생 부부가 왔다.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남동생과 올케와 너나들이하며 편한 사이는 아니지만 막상 오면  이상하게 뭔가 집에 있는 걸 싸주고 싶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제는 엄마가 만들어놓은 고추절임과 내가 만든 어묵볶음, 참외와 과자, 강아지 간식을 챙겨주었다. 챙기는 내내 남편은 난색이었다. 고작 살림 몇 가지 챙기는데 불편해하는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네가 어머님하고 똑같이 행동하는데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 "


"참외랑 반찬 몇 가지 챙긴 건데 뭘 그래?"


"너 보면 어머님이랑 하는 행동이 많이 닮았어. 갑자기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 애들 오면 뭘 꼭 싸줘야 할 것처럼 뒤지는 것도 그렇고. 물론 어머님이 우리 싸주실 때 고마웠지. 반찬도 맛있고. 그런데 넌 애들 어머님이 아니잖아. 네가 꼭 해야 하는 게 아닌데 넌 자꾸 뭘 싸줘야 할 것처럼 그러는 게 난 마음에 안 들어. "


남편은 내 이런 행동을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애들이 돌아가고 나와 남편은 둘이 방에 누워 못다 한 얘기를 더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 앞에 처량히 앉아 엄마 생각에 눈물짓고 있는 나를 남편은 안아 일으켰다.


"나를 위해서 네가 힘을 내줬으면 좋겠어. 지금도 애쓰는 거 아는데 지금 노력이 네가 할 수 있는 3배의 노력이라면 날 위해서 30배 노력한다고 생각하고 이겨내 줘."


"너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를 거야. 만일 이 일이 너에게 벌어진 거라면 넌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내가 너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보이지 않아? 나는 네가 합가를 말해서 합가도 했고 갑자기 지난 6개월간 너무 많은 게 변했어. 네가 너무 슬퍼하니까 나는 어머님 잃은 것을 슬퍼할 틈도 없어. 그런데 너는 애들 오면 어머님처럼 뭔가 싸주는 행동을 한다던가.. 자꾸 어머님이 떠오르는 행동들을 하고 있고.. "


남편은 내가 너무 슬퍼하니 자신의 얘기를 나눌 틈이 없고,  엄마를 잃은 아픔을 본인도 가지고 있는데 충분히 애도할 시간도 없이 본인은 늘 "이해만 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그렇지만 넌 나에게 1순위야. 죽을 때까지 끝까지 너만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거잖아. 난 네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 기분이나 컨디션 때문에 말 못 하지 말고 다 말해주면 좋겠어. "


남편은 감기 걸린다고 이불을 내 가슴 위까지 끌어올려 덮어주며 그러겠다고 말했다.


미안해, 남편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하기를, 내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엄마의 죽음 앞에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살림을 악착같이 하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애들이 오면 음식을 챙기는 것도 누구도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데, 엄마가 없으니 나라도 해야 한다고 스스로 의무감에 갇힌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엄마에게 보답하는 거라고 자꾸 생각하며 모든 생각을 엄마에게 촉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슬픔이 쉬이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남편이 내가 엄마처럼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쉬이 엄마 따라 하기를 멈추기가 어렵다. 그 엄마의 그 딸이니 그렇겠지. 그렇지만 남편이 괴로워하니 나는 남편을 위해서 좀 더 내 생활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방금도 빨래를 돌리고 수건을 갰다. 쓰레기통을 정리하고 잠든 남편 몸 위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까르 약도 먹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남편이 원하는 대로라면 좀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히 우리 아빤 고집이 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