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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06. 2021

다가오는 추석명절

하루만큼 엄마를 더 잘 보내줄 마음의 준비

남동생의 처가에 보낼 한우 한 세트를 결제했다. 엄마는 명절 때마다 양 사돈집에 과일이라든지 하는 선물세트를 준비하곤 했다. 이번엔 엄마가 없으니 어찌할까 아빠에게 물었더니 아빠에게선


 "내 기분이 우울한데 명절은 무슨 명절이냐" 하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없다는 것을 나의 시집이나 내 동생의 처가에서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명절인데 우리 식구들 그래도 잘 추스르고 살고 있다는 표현으로 선물은 꼭 해야겠다 싶어서 아빠에게 말을 했다. 그래서 구입한 한우 선물세트.


오늘은 능곡시장 반찬가게에 결제도 했다. 제사 음식이다. 명절 때마다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에 포도주나 막걸리를 마시곤 했었는데 아직도 지낼 때마다 어색한 제사 준비도 내 몫이다.


명절에 시집에서도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시집에 가서 일단 제사를 지내고 점심 먹기 전에 돌아와 우리 집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명절이 바빠졌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집 제사를 남동생 부부에게 맡기기엔 아직 나보다 더 미숙한 애들이 겪을 시행착오가 마음이 불편하다.


일단 필요한 것들은 모두 결제를 끝마쳤고 천천히 명절이 다가오길 기다리면 될 것 같다. 명절에 제사 지내고 엄마한테 다녀올 것인데 또 나는 펑펑 울 것 같다. 내가 울면 모두가 심난해지니 울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악몽을 자주 꾸는데 꿀 때마다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가 전화를 걸어와 두서없이 내게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오른다.


"엄마가 죽은 것 같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


몇 달이 지나도 그날의 기억들은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당시 아빠 휴대폰 벨 소리였던 뚱땅뚱땅 하는 노래도 바꾸라고 해서 지금의  "You are not alone"으로 바꿨는데 머릿속에서 옛날 벨 소리가 지워지지 않는다. 뚱땅뚱땅.


남동생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한다. 엄마한테 다녀와도 본인은 울지 않는다고. 나는 아직 엄마의 그늘 속에 산다. 남편도 아빠도 나에게 내가 혼자 극복해야 할 몫이라한다. 맞는 말이다. 각자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든 소화하고 살고 있는데 나만 그날에 멈춰 살고 있으니 나도 내가 안쓰럽다.


명절. 엄마 생각이 많이 나겠지만 나는 의젓하게 엄마 몫의 명절 준비를 하고 또 명복을 빌면서  그렇게 엄마를 하루만큼 더 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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