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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19. 2021

끝이 없는 가사노동

가사노동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나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필라테스를 다녀온다. 오후 두시쯤부터 공부를 시작해 여섯 시 즈음 공부를 마친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을 일과로 나열하면 이렇게 단조로운데 실상 나는 너무 바쁘다.

대부분의 시간에 가사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돌린 식기세척기 그릇들을 깔끔하게 건조대에 올려놓는 일부터 해야 한다. 세척기는 두 끼 식사당 한번 돌리기 때문에 그릇의 양이 상당히 많다. 필라테스를 다녀오고 나서는 아빠나 남편의 점심을 챙긴다. 아빠가 밖에서 사 먹고 오는 날이나 남편이 자기식대로 대충 때우는 날은 좀 편한데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고 나면 오후 한 시쯤이 된다. 그릇은 다시 식기세척기에서 씻어내기 좋게 한번 헹궈서 넣어놓아야 한다(남편이 도와준다)


식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빨래를 돌린다. 집에 빨래 돌릴 거리를 찾아내 넣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시간에 커피나 차를 한잔 마신다. 사십 분 정도 쉬는 시간이다. 빨래가 다 돌아갔다는 것을 알리는 기계음이 들리면 바구니에 빨래를 옮겨 담고 베란다로 향한다. 널기만 하면 그나마 편한데 걷어서 개키기 까지 하면 시간이 꽤 걸린다. 세 식구가 사는 데도 수건 빨래가 하루에 최소 여섯 장 나오는지라 이틀에 한번 꼴로 빨래를 돌려도 건조대 두 개가 꽉 차게 빨래를 개키고 빨고 널고 한다.


공부하려고 앉았을 때 이미 좀 지쳐있지만 이 시간이 아니면 달리 할 시간이 없으니 두 시께에는 꼭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공부는 범위가 넓고 할게 많아서 마음에 부담이 있다. 여섯 시까지는 그래도 온전히 공부할 시간 확보. 여섯 시에 공부 마치고 일어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항상 국 한 가지에 메인 반찬 하나를 만든다. 아직 초보라 준비시간이 짧지 않다.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면 기분 좋게 하는 편이다. 조금 힘들어도..


다 끝나고 나면 또다시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옮겨 담고 작동을 시킨다. 정리하고 과일을 꺼낸다. 귤일 때도 있고 사과일 때도 있다. 커피도 한잔 탄다. 대충 먹고 정리하면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이렇게 하루가 빨리 가는데 중간중간 이불도 개고 커튼도 치고 부족한 반찬 만들고 커피니 차니 떨어지면 옮겨 담고 자잘 자잘 눈에 보이는 컵이니 등등을 치우곤 하다 보니 살림이 끝이 안 보이는 것 같다.


다행히 까르 육아는 아빠가 도맡아 해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두 번 산책을 다녀오고 하루 세끼 밥을 먹인다. 목욕도 시키고 놀아주기도 한다. 이때 로봇청소기 두대가 돌아다니며 바닥청소를 한다. 쓰레기 버리는 것과 물건 사 오는 것도 아빠가 도맡아 해 준다. 남편도 틈틈이 빨래 널기며 식기세척기 정리 등을 도와준다. 회사 갔다 돌아와서 MBA 수업 듣고 내 투정받아주며 이것저것 살림을 거든다.


하루 종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데, 그 바쁨의 중심에는 "살림"이 있다. 지금은 내가 휴직 중이니 이만큼 거들지만 앞으로 복직해서 집을 비우면 집안꼴이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다.


가사노동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오늘은 빨래를 널면서 조금 버겁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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