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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27. 2021

가족여행 계획하기

올해 못 간 여름휴가를 대신하여

아빠가 어느 날 입을 열었다. 강아지까지 다 같이 해서 가족여행을 한번 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화합을 좋아하는 아빠는 가족 간에 "워크숍"같은 것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냥 하는 소리려니 했는데 몇 날 며칠을 장흥이니 강화 도니 찾아보는 것을 보고 진심인 줄 알았다.


아빠랑 엄마, 나와 남편은 넷이서 베트남 여행도 다녀왔고 여기저기 인천 바다에 바람 쐬러도 자주 다녀서 어색함이 없는데 남동생 부부와 함께라니. 스무 살 언저리 때 이후로 남동생과 한 장소에 몇 시간 같이 머문 적도 없는데 걔와 걔 와이프도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게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항상 여행 가면 완벽한 숙소를 찾곤 하던 남편에게 펜션 예약을 맡기고 남동생에게도 좀 찾아보라고 채근했다. 가족행사 때마다 뭐든 내가, 또는 남편이 해결하다 보니 남동생은 여러모로 물정에 어둡고 그 점이 불만이기에 일부러라도 좀 찾아보라고 했다. 이번 숙소 서칭은 아빠 포함 다섯 명에 강아지 두 마리가 수용이 돼야 하는지라 까다롭다. 역시나 조건에 맞지 않은 숙소를 찾아서 보냈지만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였다는데 의의를 둔다. 앞으로도 남동생이 주체적으로 가족행사에 참여하도록 시키고 알려줄 것이다.


여행 장소는 석모도. 펜션 안에서 화로를 독점할 수 있는 펜션을 찾았다. 가족끼리 펜션 앞에 바다를 산책하고 까르와 로하가 뛰놀 수 있는 환경이다. 숙소 내부도 사진상으로 말끔하고 널찍하다. 역시 우리 남편 최고!


엄마는 항상 나와 내 동생이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속상해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유학을 했고 남동생은 스무 살부터 지방으로 학교를 갔기 때문에 못해도 이십 년은 너끈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으며 교감할 기회가 없었다. 한 부모 밑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며 살았다. 그런 우리는 물과 기름 같아서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대하는 게 서로를 편하게 해 주는지 잘 모르는 채 성장했다.


엄마는 (엄마 생각에 세상 물정 모르는) 남동생을 위해 내가 이것저것 대신해 주고 가르쳐주기를 바라 왔다. 자연스럽게 나는 남동생에게 잔소리하는 누나로 컸다. 남동생 하는 게 답답할 땐 내가 직접 해야 했기에 바쁜 내일상에 부담이 되어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도 했다. 남동생 입장에서는 제 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누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딴지 놓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컸던 것 같다.


기왕지사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으니 아빠가 원하는 "워크숍"이 즐거울 수 있도록 바비큐 재료 준비도 하고 일정도 짜 보고 할 것이다(남편이..ㅋㅋ)


엄마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면 많이 흐뭇할 것 같다. 늘 내게 엄마 아빠 죽으면 너네 둘밖에 없다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얘기했었는데. 다 같이 여행을 한번 가고 싶다고 환갑 때 제주도 여행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 묻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엄마한테 예쁜 짓 하려는데 엄마가 이승에 없다.


엄마, 여행 잘 다녀올게 저승에서 우리 어떻게 잘 지내는지 봐요.


P.s 여행 날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남편과 둘이 보내는 생일도 좋겠지만 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생일은 더 의미가 클 것 같다. 특히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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