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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26. 2021

엄마와의 통화를 들어보았다

사고가 맞았을 거라는 불 완전 한 확신

직업 특성상 다급히 걸려오는 전화가 많아 사무실을 비울 때도 늘 휴대폰 착신이 되게 설정해 두었다. 그러기를 한 이 년쯤 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엄마와의 통화내용도 저장되어있다.


엄마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았다. 시작은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였다. 엄마가 죽기 전 한 달 동안의 통화를 쭉 들으면서 정신이 온전할 때는 내 공부를 걱정하던 엄마, 병세가 악화되고 나서 죽기 5일 전에도 파리바게트 포인트 적립을 묻기 위해 전화하던 엄마가 사고가 아니고선 죽을 수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생겼다.


정신과 약에 취해 있는 엄마는 말투가 어눌해졌다. 어느 날은 약을 먹고 있는데도 발음과 말투가 명확해 괜찮은 것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는 결코 혼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심신 상실한 상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불 완전한 확신을 얻은 것과 별개로 엄마와의 통화 녹음파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언제든 엄마의 존재가 살아있는 것 같은 망각을 할 수 있고 목소리를, 그리고 내 곁에 있었던 엄마를 느낄 수 있다.


통화 녹음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일 때문이었지만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를 간직하기 위해서 나는 통화 녹음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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