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Oct 05. 2021

자식은 둘 낳아야 한다던 엄마 말

기특한 내 동생

여주에서 올라올 즈음 아빠에게 저녁은 먹었나 싶어 카톡을 보냈다. 아빠는 조금 신이 난 말투로 카톡 답장을 했다.


"OO(남동생)이가 제주도에서 막걸리 사 왔대서 여섯 시 십 분에 나가서 밥 먹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남동생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여주에 내려가기 전에 남동생에게 내가 일, 월 이틀 해서 여행을 가는데 아빠 혼자 있으니 들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잊지 않고 저녁에 또 라면이나 끓여먹을지도 모르는 아빠에게 찾아와 고기를 먹으러 간 것이다. 제주도 기념품이라고 막걸리를 사 가지고 왔으니 아빠 취향저격이기도 하고.


아빠는 여섯 시 십 분에 나가서 남동생과 밤 열 시까지 네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깃집에서 실컷 먹고 자리를 옮겨 콩나물국밥집에서 전까지 시켜 2차까지 가서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남동생에게 나에게 보다 항상 좀 부드러운 편이다. 내가 아빠 우리 없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어? 하고 물었을 땐 대꾸도 안 하더니 남동생이 집에 오면 조금이라도 더 있다 가라고 한다. 남동생이랑 한 달에 두어 번 보는 지라 반가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아빠의 그런 태도 때문에 묘하게 남동생에게 질투를 하곤 한다.


아빠와 소주 6병을 나눠마신 남동생은 올케의 성화에 우리는 얼굴만 보고 갑자기 후다닥 집으로 돌아갔다. 저도 '남편'이다 보니 마누라 잔소리는 무서워서.


엄마는 예전부터 자식을 낳으려면 둘은 낳아야 의지도 되고 한다고 나더러도 둘 낳아야 한다고 했었다. 나와 전혀 코드가 안 맞는 애라 정서적인 교감은 안돼도 남동생이 있음으로써 엄마 사고처럼 위기를 겪을 때나 지금처럼 치유가 필요한 시기엔 알게 모르게 의지가 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림보같이 보내는 1박 2일(여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