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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Oct 06. 2021

아빠가 새로 사귄 '여자'친구(1)

아빠가 행복하다면 여자 친구가 생겨도 괜찮아

"콤부차 한 박스 좀 주문해 주라. 해돌이 엄마 가져다주게."


그러려니 했다. 이유 없이 아빠가 호의를 베푸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주문해달라니 말 떨어지기 무섭게 주문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아빠, 주문했어. 하고 알렸다.


"해돌이 엄마가 콤부차가 뭔지를 모르더라고. 탄산이 아닌데 탄산 맛 나는 차가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길래 내가 한 박스 준다고 했지."


구두쇠 우리 아빠가 신세 진 것도 없이 선물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물어봤다.


"해돌이 엄마가 누군데?"


까르 산책시키면서 만난 해돌이라는 강아지 엄마라고 한다.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친해졌다고. 영문학과를 졸업해서 대우증권을 거쳐 지금은 해외법인을 설립해서 외국에 있는 내국인 대상으로 보험 법인 영업을 하는 여자분이라고 한다. 그 딸은 최근에 어디 어디에 취직을 했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얘기하면 말이 잘 통하고 매너가 세련되서 대화가 즐겁다고 한다. 아빠는 어느새 그 여자분의 정보를 그렇게 많이 모았는지.


"내가 산책 나가면 가있는 데가 있단 말이야. 그런데 그 여자가 하루는 아침에 날 보더니 그러더라고. '저쪽에 계신 줄 알고 갔다가 안 계셔서 이쪽으로 올라왔어요.' 나를 찾았다는 얘기잖아."


아빠가 이 얘기들을 하면서 웃으면서 말하기에 기뻤다. 아빠가 하루 걸러 하루 아저씨들하고 술 마시러 돌아다니는 것보다 여자 친구가 생겨서 예쁜 카페도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빠, 그쪽은 싱글이래?"


"그건 잘 모르겠어. 어머니 모시고 산다고 하고 남편 얘기를 안 하더라고. 내가 사별한 건 알거든."


"아줌마가 싱글인지부터 한번 잘 알아봐. 여자 친구가 생기면 말동무하고 좋잖아."


"뭐 심각하게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고 그런 건 아니고 가끔 말동무나 하는 친구면 좋겠다. 이거지. 그 여자도 나랑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야. 나도 하노이에 한번 가서 지내보려고 하는데 그 여자도 하는 일이 하노이에 있고. 그냥 말이 잘 통하니까 재밌는 거지."


엄마가 떠난 지 육 개월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 같고 재혼을 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아빠는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아서 아마 성에 차는 여자는 못 만날 것 같지만 만난다면 재혼도 고려를 해 보는 것 같고. 언젠가 아빠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면 따뜻하게 맞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아직은 엄마의 자리가 엄마 것이길 바라는 딸의 마음에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였으면 좋겠다. 물론, 아빠가 정말 해돌이 엄마랑 여자 친구 남자 친구 된다면 그건 찬성이다. 아빠의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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