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03
밤, 무거운 생각이 가라앉는다.잠긴다.생각이,생각에. 생각은 나를 그 속에 가라앉히고 문을 잠근다.
도망치자. 문을 두드려. 거기 누구 없어요? 밤은 언제나 빨리 왔다. 시계는 자정을 넘겼음을 보여준다. 지나간 하루 동안 비틀비틀 생각을 밟아왔지만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미망이다. 그 바글거리는 생각들 끝에 남은 것은 후회다. 밤에 후회가 없다면 평안할텐데. 비발디는 자신의 종교 칸타타 첫머리에 "세상에는 참 평화 없어라"라고 했다. 성당의 미사시간이면 평화의 인사를 한다."평화를 빕니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일까. 전쟁은 일상을 고통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이 다음 가사가 뭐였더라? 맞아 "고통 없이는"이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지구 위에서는 늘 전쟁이 있다.
시계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