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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on Feb 06. 2020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일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코엔 형제


 영화의 제목은 어째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가? 줄거리를 모른  제목만 들었다면 노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영화는 마약상들이 총격을 벌인 사막에서 거액의  다발을 챙긴 남자가 싸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추격 당한다는,제목 만으로는 연상이  되는 이야기이다.그렇다면  제목에 노인이 들어갈까? 노인은 무엇일까? 인물로 치자면 중심인물들  이야기의 끝과 시작을 말하는 인물인 늙은 보안관이라고  수있을 것이다.특별할  없는 레드넥으로 돈을 위해 자신의 목숨은 물론 아내의 목숨도 불사하는 평범한 사람과 탐욕의 상징인 르웰린 모스, 돈도 권력도 성욕도 다른 수긍이 가는 동기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이해하기 힘든 요즘 시대에 만연하는 순수 악의 상징인 안톤 시거와 같이 놓고 보면 보안관이며 옛날 사람인 그가 이해하기 힘들 만큼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세태를 한탄하는 노인은 오래된 유행처럼 뒤쳐진 정의와 도덕을 상징한다고   있다.,  제목은 좋았던 옛날 만을 이야기하며 한탄하고 정작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의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세태에 관한 말로 해석할  있다.



그렇다면 정의와 도덕이 끼어들어야 했을 상황이란 어떤가. 사건의 발단은 마약이다.마약상들의 거래가 어긋나 모두가 죽은 현장에 모스가 우연히 가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여기서 모스가 처음 보이는 반응은 그리 바르지 않다.척박한 황무지라는 배경 탓인지 생존을 우선시하는 야생동물처럼 경찰을 부르거나 인명을 구조하기보다 버려진 총부터 줍는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악인이 아닌 보통사람 답게 그의 양심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아니었다.그는 돈을 발견해 집으로   한밤중에 총격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 그가 도착했을  아직 살아 있던 사람이 물을 달라고 말했던 사실이 뇌리에 떠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행동 탓에 그는 마약조직과 시거에게 쫓기게 되어버린다.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쫓기는 일도 없었을 텐대 말이다. 여하튼 마약과 돈은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며 탐욕의 동기가 된다. 마약조직과 모스 모두에게.돈이라는 동기가 추동하는 탐욕은 모스가 총에 맞고 살인마에 쫓기고 아내의 목숨이 위협 받는 지경에 이르러도 그를 계속해서 붙잡아둔다.돈으로 의식주를,생존을 해결하는 일은 현대인에게 당연한 일이다. 지나가는 장면 중에 쫓기게  인물의 무작정 다가가 입고 있는 옷을 팔라는 말에 돈을 보고 결국 팔아넘기는 행인을 보면 누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우랴 싶기도 하다.그런데  돈과 물질이라는 동기로 이해하기 힘든 존재가 있다.바로 싸이코패쓰 연쇄살인마 안톤 시거다. 그는 조직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모스를 쫓기 시작하지만 의뢰인인 조직원들도 서슴없이 죽이는 것을 보면 조직에 묶인 존재가 아니며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기에 굳이 죽이지 않아도  훔친 차의 주인이나 그냥 거슬리는 행동을  사람은 살해한다. 그는 거래 따위에는 응하지 않고 그냥  상대를 죽인다. 생과 사에 대한 결정은 도덕은 물론이기고 심지어 다른 여타의 규칙도 없이 동전 던지기의 운에 맡겨져 버린다.그가 공포스럽고 위력적인 것은 이런 불가해한 악함 때문이다.



여기서 비슷한 선상에 둘만한 인물이 있다.영화 시작 장면에서 늙은 보안관의 독백에 등장하는 살인범 소년이다. 소년은 열네살 소녀를 죽였는데 그가 고백하길, 피해자에게  감정이 없이 불특정 다수를 죽이고픈 욕망으로 죽였으며 지옥갈  알아도 풀려나면 계속 죽이기 위해 죽일 것이라 한다. 이해할  있는 동기를 이해할  없다는 점에서 시거와 연장 선상에 놓을  있는 이런 범죄를 대대로 보안관에 종사해온 노인은 이해하기 힘든 오늘날의 세태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세상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기 몫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가 행동으로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시거와 모스가 쫓고 쫓기는 동안 보안관은 한발 늦게 도착해 그들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 다다. 그는 모스가 피신 시킨 모스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남은 인간성인 아내에게 찾아가 회유를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가 하는 일은 신문을 읽으며 요즘의 범죄에 대해 한탄하고 과거에 대해 추억하는 일이  많다. 그는 힘에 부치어 하며 마침내는 은퇴해 버린다. 모스는 시거가 아닌 멕시코 갱들에게 허망하게 죽고 시거는 도주 중인 채로 영화의 막이 내려간다.



흥미롭게도 영화에는 보안관 외에 등장하는'노인'들이 있다. 모스이 장모,보안관이 읽는 신문 기사  노인들, 임무 수행중 반신불수가  전직 보안과 노인,다른 구역 보안관 등이 그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보안관처럼 과거를 추억 하며 요즘을 한탄하거나 희생 당해 죽는다. 역시 오늘의 세태는 이들이 발을  붙일만 하다는 걸까.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음으로, 이들이 뭐라고 하든 영화는 교착 상태로 끝난다. 사실 과거라고 해서 녹록했던 것만은 아니지 않나? 불구가  늙은 보안관은 과거라고 해서  좋았던 것도 아니며 정의가 실현된다고 해도  피해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세월을 이길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세월은 막을  없는 거야. 너를 기다려 주지도 않을 거고 그게 바로 허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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