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dion Feb 13. 2020

당신은 왜 글을 쓰세요?

재미 없는 글을 쓰는 인기없는 사람입니다만

글을 쓴다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읽힐 것을 전제로 이루어집니다. 글의 목적은 다양하게 나뉠 수 있지만 어떤 목적이든지 완성하려면 독자가 필요합니다. 매우 뻔한 이치죠. 그러나 세상에는 재미없는 글이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독자에게 외면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재미가 없어도 교훈이 있거나 정보가 있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학습이라는 필요가 아니라도 마음이 끌려서 읽게 되는 글이 더 사람들에게 친화적인 매력을 지녔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매력적인 사람처럼 매력적인 글에는 다가서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매력적인 사람일까요? 글쎄요, 유명한 작가들에게는 다들 아우라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게 그 사람이 쓴 글 때문인지 그 사람의 실생활에서의 모습 때문인지는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실제 삶에서 인기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비호감은 아니지만 교회에서 만나 인사는 하고 지나치지만 따로 밥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얼굴만 아는 조용한 이웃 1 역만 맡아왔으니까 말입니다. 말을 걸어보고 싶을 정도로 잘생기거나 대화만 하면 웃음이 끊이지 않거나 옆에 앉으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기운 같은 것도 없습니다. 무색무취의 존재 같아서 가끔 제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히기도 하죠. 이런 제가 글을 씁니다. 글에서 만큼은 숨어있는 내면의 재치와 뛰어난 문장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제가 쓴 글 역시 실생활에서의 저와 비슷한 신세인 듯싶습니다, 지금까지 온, 오프라인 통틀어 제 글을 읽은 사람들 중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열렬히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한 명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방법이 담긴 인터넷 포스팅들을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다. 재미나 정보, 교훈이나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 글에 재미라고는 없었고 정보가 있는가 하면 딱히 정보 위주이지도 않았고 교훈을 넣으려고 했지만 사실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마침표가 찍어지는 교훈이 아니라 물음표로 끝나는 내용이었고 그 마저도 모호하게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감동은 불가능한 영역이었죠.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내기에 저는 너무 둔하고 이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때 저는 제가 아스퍼거나 자폐스펙트럼에 들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눈치가 없어서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곳에서 이른바 '고문관'이 되기 십상이었죠. 어쩌면 제 글이 재미없는 이유는 제가 이런 사람이라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널리 공감받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헤아릴 줄 몰라서 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글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읽지 않고 읽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지 않은지도요.


그렇지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시간이 나는 한 계속 어떤 글이든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글쓰기가 소통의 행위가 아닌 아무도 듣지 않는 독백이나 자기만족이 될 수 있음에도. 문제는 쓰느냐 쓰지 않느냐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고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가장 나다운 글이란 있는 그대로의 '재미없고 눈치 없는 나'를 드러내는 '이 재미없는 글' 자체이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글이 일정한 공식이 있어서 한 종류의 비슷한 글들이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면 작가의 개성을 빼놓을 수 없지 않나요. 개성보다 공식이 먼저인지 개성이 앞서야 하는지 둘 다 반반이어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만.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드는 기저에는 생활에서늬'나'가 글을 통해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 문니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소통을 바라는 마음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통의 형태 중에 글쓰기가 있고, 말하기가 있고, 비언어적인 표현들이 있고. 예술이 있고 그 밖의 많은 것들이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어떤 방식이든 삶과 사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저의 소통방식에도 매력이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제 글쓰기 방식을 고치고 말고 하기 전에 일단 이런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글쓰기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당신은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바라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