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의 끝자락이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몸을 지배하던 강력한 중력이 잡아당기는 느낌이 그녀의 온몸에 잔존한 채였다. 악몽이었던가. 그녀는 꿈을 다시 떠올리려 애썼다. 휘발하기 직전의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횡단보도, 코뿔소, 인파, 램브란트의 그림. 그리고 뭐가 있었지? 온통 붉은 꽃이 핀 꽃밭이 펼쳐져있었다. 그 너머에 누군가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별안간 창문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녀는 떨어졌다.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는데. 그녀는 웃었다. 성장판이 닫힌 지가 언제인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계 쪽을 보았다. 아직 어두워서 시계 침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창문 쪽을 보았다. 사위는 쪽으로 물들인 것처럼 파랬다.
그녀는 침대에서 나왔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그녀는 더 자야 했다. 오늘을 지내기 위해서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새날을 맞아들여야 했지만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차된 차들과 가로등, 나무가 아득히 작게 보였다. 오늘이 이미 시작 되었지만 오늘을 피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문득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잠이 드는 거다. 그리고 쭉 깨어나지 않는 거지. 너무 피곤한데도 한 동안 제대로 못 자지 않았나. 그래 그게 좋겠어.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게 꿈이라 잠이 들어도 다시 떨어지는 꿈을 꾸며 깨어나고 그런 후에 잠이 들고 또 떨어지며 깨어나고를 반복하게 되면 어쩌지. 끊임없이 깨어나는 거야. 그녀는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그렇다면 시험해보면 되지 않을까.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이대로 창밖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순식간에 지면이 눈앞에 가까워지는 순간. 그녀는 고개를 저어 그 이미지를 털어버렸다. 그냥 자러 가자. 설령 깨어나길 반복한다 해도 그게 꿈속에서 일어난다면 자고 있는 상태지 않나. 그녀는 다시 침대로 가서 몸을 뉘였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녀는 양을 세어보았다. 쉰 마리쯤 양을 세었을 때, 그녀는 말똥말똥한 정신을 꺾지 못하고 팔을 뻗어 침대 옆의 램프를 켰다. 불빛 아래 협탁에 놓인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계와 휴대폰, 알약 병과 안경, 안대, 그리고 책 몇 권이 있었다. 그녀는 그 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책을 집어 첫 장을 펼쳤다.
‘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노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루시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들도 떼어내야 했고 럼플마이어의 일꾼들이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황홀한 아침인가. 클러리서 댈러웨이 부인은 생각했다-마치 바닷가 어린아이들이 맞는 아침처럼 신선했다.’
그녀는 거기까지 읽고 고개를 들었다. 창밖의 파란 색이 잠깐 사이에 확연히 옅어져 있었다.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 침들은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침이 가까웠다고 그녀는 가늠했다. 일단은 책을 반납해야겠노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카페가 문을 열 때 까지 기다려야지. 그 김에 모닝커피도 사서 마실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술전시도 보러 가야했다. 그런데 이 얼마나 끔찍한 새벽인지. 아니 아침인가. 피곤한대도 잠들 수 없는 정신은 지쳐있다. 어린 아이일 적에는 베게에 머리만 닿아도 잠들고 날이 밝을 때까지 깨는 일이 없었는데. 그녀는 열린 창문 쪽을 본다. 아침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