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9
생각 잇기, 불안한 내면의 인물을 만들고 나는 졸업작품으로 소설을 썼다. 나는 이 소설이 재미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재미가 없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많은 요소들이 있었지만 글의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소설은 묘사와 서술과 대화로 이루어진다. 그를 통해 논리적 인과를 지닌 서사가 연결되어야 소설은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모든 소설이 기승전결을 따르지도 않고 서술의 방식이 반드시 한 가지 형태로만 쓰이지도 않는다. 로브그리예의 누보로망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같은 현대 소설들을 보면 그렇다. 전통적인 서술을 벗어나는 글은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여전히 시중에는 전통적, 근대적 서술을 따른 책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확실한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소설을 쓸 때 라면 더욱더 확실한 방식을 채택해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이미 둥지를 튼 인물은 폐쇄적이고 사변적이면서도 수다스러운 인물이어서 평범하고 착실하게 써나가기에 시일도 걸리고 현재의 필력으로는 그 개성을 제대로 나타낼 자신이 없었다. 그때 떠올린 방식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었다. 내면 속 생각을 흐르는 데로 이어가는 방식. 하지만 이 방식에도 맹점은 있었다. 말을 더듬 듯이 마음속의 언어가 삐걱대는 부분까지 그대로 옮겨서 정말 폭주하는 형태로 생각을 서술하면 매우 길고 인내심을 시험하는 율리시즈 같은 글이 될 수 있었다.내면의 독백을 쓰되 각 장을 나누고 인용문을 배치해 독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사고 지향적이고 무엇이든 설명하려고 드는 주인공의 성격을 반영해 이것이 주인공의 현재 진행형 문장으로 된 사고의 내용임과 동시에 주인공이 쓴 글이라는 액자틀 형식을 동원했다. 소설이지만 완벽한 허구라는 느낌보다 실제로 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그것은 쓰인 글이라는 이중의 틀로 일정한 거리, 틈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주인공은 유쾌하지도 않고 유창하지도 않다. 그의 생각은 초반에는 통일성 없이 한 장 안에서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건너뛰기도 하고 중반부터 어둡고 불안정한 정서를 띠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직접적인 심리묘사는 없으며 이야기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지지만 한 장 마다 끊어진 이야기들은 분열적이다. 이런 요소들은 책장을 넘기기를 주저하게 하고 어쩌면 불쾌하다고도 할 수 있는 감각까지 선사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좋은 글이 아니다.그럼에도 이 소설이 단 한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생각할 틈이었다. 매끄럽고 유쾌하지 않더라도 그 거침에서부터 몇 가지 생각들을 유발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어차피 나는 문예창작과가 아니고 굳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세상에 잘 쓴 소설은 많으니까.나는 졸업 과제인 이 소설이 재미없는 글이라는 것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추후에는 재미와 생각할 지점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겠다. 실험은 조건을 변화해가면서 반복을 거듭해야 성과를 얻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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