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는 마치 한순간 감정이 상해 사이가 요원해진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도 같았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면 틀린 말이지만, 나의 일부라고 할 만큼 시가 특별한 존재냐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시의 재미를 일깨워준 담임선생님의 은혜가 있었음에도, 중학교 2학년 때 동아리 활동으로 다시 시를 쓰게 되었음에도. 쓸 땐 즐거움에도 시를 읽고 느낄 때에는 쓸 때만큼 즐겁진 않았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가 낯설어졌다. 그러다가도 마음속 한편에선 시 쓰기를 갈망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면 언제부터 시와의 사이가 이렇게 되었을고 하는 그리움 섞인 한탄을 하고는 했다.
그러던 중, 여느 날과 같이 국어 수업을 듣다가 시를 한 편 작성하는 수행평가가 다가오는 바를 알게 되자 회탄을 뒤로하고 일단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과 함께 써 내려가면서 나는 무언가를 노래하고 싶었다. 지금 내겐 없거나 떠나간 그것들을, 그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노래하려고. 노래는 점차적으로 색채를 잊어가고 있는 전색약의 세상을 향한 것이면서, 빛깔을 되찾아가고 싶다는 갈망이기도 했다. 낯 뜨거워지지만 오늘 이곳에 한 편의 시를 남기고자 한다.
상품화
초여름날의 그것은
매캐한 컴컴한 연기를 내뿜고
포장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시골길을 힘차게 달려갔다.
초가을날의 그것은
동네의 낯선 공기에 더 이상
컴컴하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을 수 없었다.
초겨울날의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눈동자에 담길 수 없어
배기구를 망가뜨리고 쓸쓸히
그리고 묵묵히 해가 지나는 걸 지켜만 봤다.
그리고 꽃들이 눈밭을 헤쳐 나올 때,
그는 초여름날의 황홀한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