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소녀여 신화가 되어라

by 배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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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즐겨봤거나 어른이 되어서도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사람들 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일은 더 이상 힘들어졌다. 그만큼 지브리 스튜디오가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하나의 증거다. 역대 일본 영화 관객수 2위에 위치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부터,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웃집 토토로>까지, 지브리를 대표하는 명작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오늘은 그런 지브리 스튜디오의 태초이자 근본이 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번째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기본적인 테마는 '환경'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등장하는 WWF(세계 자연 기금)의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자연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야기된 인간 문명의 종말을 그려냄으로써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에 제작된 <천공의 섬 라퓨타>와 <모노노케 히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생에서 환경이란 주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뿐만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 중간중간마다 환경 파괴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짧게나마 삽입하기도 하며, 실제로도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운동가로도 알려져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오물신이 되어버린 강의 신에 대한 스토리가 가장 대표적인 에피소드이다. 진정으로 지브리를 좋아하거나 지브리 작품을 관람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브리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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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여성 주인공의 서사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배달부 키키> 등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을 대부분 어린 여성으로 그려냈으며, 그들은 작품 속에서 주체적이면서 다소 낙관적인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특정 인물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하며 결말부에 다다라서는 공동체로부터 주인공의 업적을 칭송받는 영웅서사의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기존에 존재했던 남성중심적 서사의 탈피와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다룬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구시대적인 작품들 사이에 존재했던 독특하고 매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독자적인 특징으로 묘사되었다.


방대한 세계관과 단순한 스토리라인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래 세계를 기반으로 그린 작품이다 보니 다양한 부족들과 배경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판타지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속에서도 타부족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주인공의 스토리에 따라서 이야기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영화 속 명확한 주제와 완성도 있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가 판타지 세계의 웅장함을 더해주는 최적의 요건으로 작용한다. 지브리 세계관의 내러티브는 작품의 대한 주목도와 애정을 올려줄 수 있는 일종의 디저트인 셈이다.


지브리의 첫 시작으로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적 상징성으로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띠게 된다. 특히 이후로 등장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방대한 세계관과 작품들을 생각하면 이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가져온 새로운 물결에 그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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