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를 구입하는 시기는 보통 밭에 옮겨심기 한 달 전이다. 감자는 싹을 틔운 뒤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기온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감자 파종 시기는 3월 전후라 씨감자 구입은 2월이 적기다. 늦으면 원하는 품종을 구하기 어렵고, 이르면 보관 중 동해를 입을 수 있다. 감자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씨감자 구입 시기를 유난히 신경 쓰게 되는 이유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감자 구입 시기가 돌아왔다. 텃밭 사이즈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자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감자를 텃밭에 들여놓은 건 올해로 네 번째다. 시작은 단순했다. 1번은 감자로 만든 과자를 유독 좋아한다. 알레르기로 피부가 뒤집어져도 감자튀김과 감자칩 앞에서는 두 손이 절로 과자봉지로 향했다. 시중에 파는 것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이면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텃밭에 감자를 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 핑계는 늘 같았다. 바쁘다, 여유가 없다, 다음에 해주자. 그렇게 수확한 감자들은 대부분 밑반찬이나 국거리로 소비됐다. 감자조림, 감잣국, 된장찌개 속 감자. 특별할 것 없는 메뉴에 부족한 솜씨였지만, 먹을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마트 매대에 쌓인 감자보다, 내가 키운 감자가 훨씬 맛있었다.
텃밭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작물도 감자였다.
‘올해는 감자를 빼야 하나?’
어차피 1번을 위해 시작한 감자 키우기였다. 그런데 한 번도 아이가 원하는 요리를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심자니 비만 오면 물이 차는 곳이고, 감자는 습기에 약했다. 흙도 문제였다. 비에 젖으면 진흙처럼 굳어버리는 땅이라, 감자가 자라기엔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키워 제때 수확한 감자의 맛을 떠올리면 마음이 쉽게 접히질 않았다. 그 포슬포슬한 식감은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올해도 감자는 심기로 했다. 하우스 안에 심기로 결정하면서 농부님이 하우스 주변으로 물길을 더 깊게 파주었다. 감자가 자라기엔 여전히 완벽한 환경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구입한 씨감자는 수미감자 4kg, 홍감자 4kg. 텃밭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1월 25일에 주문을 했지만, 며칠 뒤 한파로 배송이 지연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씨감자를 선별해야 하는데, 한파에 꺼내면 동해를 입을 수 있어 날씨가 풀리면 보내준다는 내용이었다. 작년보다 늦어지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2월 5일, 드디어 택배를 받았다.
상자를 열고 감자를 하나씩 꺼내 펼쳐 놓았다. 감자는 직사광선이 아닌, 간접적인 빛을 받으며 싹을 틔운다. 집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그늘진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아줬다. 아직은 단단한 감자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비닐하우스에 감자를 심기로 결정한 올해, 홍감자까지 욕심내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못난 습관이 튀어나왔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며, 땅속에서 썩어갈 감자를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택배상자는 도착했고, 씨감자들은 싹을 틔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씨감자에서 싹이 나고, 싹이 줄기가 되고, 줄기 아래로 다시 감자가 맺히는 그 과정을 또 한 해 지켜볼 생각이다. 올해도 무사히, 잘 자라주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감자칩 한 번쯤은 만들어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