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를 구입한 뒤 바로 심지 말고, 미리 싹을 틔워 두면 생육이 훨씬 안정적이다.
<씨감자 싹 틔우는 방법>
- 온도 : 15 ~ 20℃
- 습도 : 80 ~ 90%
- 장소 :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반그늘,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
이 조건을 유지하면 약 7~14일 사이에 굵고 단단한 싹이 나온다. 싹을 틔워 심으면 흙 위로 싹이 빨리 올라오고 생육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싹 없이 바로 심으면 발아가 늦어지고, 수확 시기가 장마와 겹쳐 수량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감자 싹 틔우는 방법이 뭐 대단할 게 있을까. 장바구니에 담겨 와 베란다 그늘에 며칠만 둬도 어느새 뾰족한 싹을 올리는 게 감자다. 일부러 뭘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씨감자를 사는 순간은 좀 다르다. 땅에 심어 바구니 한 가득 감자를 캐낼 모습을 상상하며 들여온 것이니 괜히 더 신경이 쓰인다. 올해 농사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아니까.
씨감자를 구입했던 2월 초, 집 안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예전에는 안방이 제일 따뜻했다. 밤새 보일러가 돌아 아침이면 훈기가 남아 있는 방. 씨감자는 늘 그 자리에 두곤 했다. 올해도 첫 시작은 안방이었다. 하지만보일러를 자주 틀지 않았다. 세계 정세 변화로 시골 사는 우리는 폭등하는 기름값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두툼한 양말을 신고, 수면잠옷 위에 조끼와 두툼한 옷 하나 더 걸치는 쪽을 택했다. 그렇다보니 안방에 둔 씨감자를 확인하려고 방문을 열 때마다 공기가 서늘했다. 이래서는 싹이 더디겠다 싶었다.
'어디로 옮겨야 할까..'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아이들 공부방에서 발길이 멈췄다. 낮에는 보일러 대신 온풍기를 켜고, 애들이 들락날락하니 공기가 제법 따뜻했다. 문을 닫아두면 금세 훈기가 모였다. 스티로폼 박스를 그 방으로 옮겼다. 창가 책꽂이 위에 박스를 올려 두었다. 감자를 겹치지 않게 펼쳐 놓으려니 박스가 여러 개 필요했다. 아이들 책과 너저분한 만들기 재료들이 굴러다니는 방이라 인테리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방은 아니긴 했지만 방 한쪽에 줄지은 흰 박스가 더해지니 창고 같아졌다.
하루 종일 1번, 2번이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는 방. 방학이라 오전에 공부를 끝내고 학원 다녀 온 뒤엔 2번은 만들기를 하느라 쭈욱 공부방에 머물렀다. 그 옆에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사부작 거리며 작업을 한다. 온풍기와 그런 사소한 움직임들이 방 안 공기를 데웠다.
적당하게 따뜻했지만 가끔 건조할까 싶어 분무기로 감자에 물을 조금씩 뿌렸다. 미세한 물방울이 스티로폼 상자 안에 맺히고, 감자 껍질에서 흙 비슷한 냄새가 올라왔다. 방 안에서 나는 그 흙냄새가 나는 좋았지만, 1번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자주는 못 뿌렸다. 감자도 챙기고 아이들 눈치도 챙기는 애매함 속에서 겨울이 흘러갔다.
열흘쯤 지났을까. 상자를 열어보니 통통하고 단단한 싹이 올라와 있었다. “감자 싹 났어!” 하고 2번에게 자랑했다. “오, 진짜네.” 하고 짧게 감탄했다. 감자에 큰 관심이 없는 2번의 시큰둥한 반응과 달리 내 마음은 달랐다. 사실 내가 한 건 많지 않다. 집 안에서 제일 따뜻한 자리를 찾아주고, 가끔 공기가 마르지 않게 신경 쓴 것뿐이다. 그런데도 싹이 올라오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더군다나 올해는 홍감자도 심기로 하지 않았던가. 홍감자도 싹이 올라와 나를 기쁘게 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아이들도 자라고, 감자도 자라고, 나도 시간을 보냈다.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감자 싹은 조금 더 길어졌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싹이 더 길어지기 전에 감자는 옮겨 심어야겠다. 봄은 아직 멀어 보이지만, 감자만큼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