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파종시기와 파종방법
텃밭 초보도 비교적 수월하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이 대파다. 대파는 봄과 늦여름~가을 사이에 파종할 수 있다. 나는 이른 봄에 파종해 장마가 오기 전 수확하는 봄 재배용으로 대파를 키운다.
봄 재배용 대파는 지역에 따라 파종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대파 파종시기(봄/육묘용)>
- 중부 : 2월 중순 ~ 3월 초
- 남부 : 1월 말 ~ 2월 중순
텃밭 규모라면 2월 하순에서 3월 초 사이가 무난하다.
<대파 발아온도>
- 최저온도 : 1~4℃
- 최적온도 : 15~25℃
대파는 대표적인 암발아 씨앗이다. 빛이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 발아가 잘된다. 트레이에 상토를 2/3 정도 채운 뒤 물을 충분히 준다. 씨앗을 2~3개씩 깊게 심고 상토를 두툼하게 덮는다. 이후 물을 충분히 주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 관리하면 된다.
이른 봄에 파종해 여름에 수확하는 봄 대파는 월동 대파보다 질기고 매운 편이다. 국을 끓일 때 넣으면 향은 진하지만, 냉동 보관하려고 썰다 보면 의도치않게 눈물이 흐른다. 텃밭 사이즈가 줄어 포기작물 중 하나가 대파였다. 그런데 냉동실에 쟁여두지 않으면 허전한 게 또 대파다. 봄 대파의 단점이 있어도 국 없이 식사가 힘드신 분이 집에 있어 올해 또 씨앗을 꺼냈다.
대파를 텃밭에 들인지 올해로 벌써 6년차다. 우연히 종자회사 직원에게 받은 씨앗 한 봉지가 시작이었다. 그때는 그저 씨앗이 있으니 '한 번 키워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처음 몇 해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검색도 많이 했고, 영상도 찾아봤다. 대파가 암발아 씨앗이라는 걸 알고는 검정비닐을 씌워보기도 했다. 다른 작물 모종 만들듯이 얕게 흙을 덮어보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암발아라는 게 결국 씨앗이 충분히 물을 머금고 빛이 없는 상태에서 발아하는 거라면, 굳이 비닐을 덮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파종 후 덮는 상토의 두께를 조금 더 두텁게 했다. 밀도를 높여 충분히 어둡게 만들고, 씨앗이 마르지 않게 물을 듬뿍 주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발아율도 안정적이었고, 괜히 비닐을 씌웠다 벗겼다 할 필요도 없었다. 그 이후로는 계속 같은 방법으로 파종하고 있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겹쳐 있는 날, 밤호박을 파종하고 대파도 함께 심었다. 하우스 안은 햇살 덕에 더 따뜻했다. 6년째 사용하는 씨앗이라 발아율이 떨어질 것 같아 한 구당 넉넉하게 파종했다. 씨앗 봉투를 들고 촥촥~ 흔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씨앗이 많이 쏟아졌다.
'에라~ 모르겠다'
밤호박 파종으로 지쳐서 그런지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스쳤다. 한 구당 2~3개씩만 심으면 되는데 씨앗을 헤아리기 힘들만큼 쏟아부은 그대로 상토를 덮었다. 파종을 마친 트레이는 열선 위에 올렸다. 열선 덕분에 이 시기에 모종을 만들 수 있다. 온도를 맞춰주지 않으면 발아가 더디다. 열선이 없다면 재래시장이나 원예사에서 모종을 사다 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직접 모종을 기르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씨앗이 싹을 언제 틔울지 전전긍긍하고, 겨우 올라온 싹이 쓰러지진 않을지 마음 졸인다. 물을 덜 줬나, 많이 줬나, 온도가 낮았나. 이유를 찾느라 괜히 하우스 문턱이 닳도록 오가곤 했다. 그리고 대파는 파종 후에도 손이 좀 가는 작물이라 모종을 키우는 것보다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모종을 사서 심으면 편하다. 시간도 아끼고, 실패 확률도 줄어든다. 그런데 씨앗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작은 씨앗이 흙을 밀고 올라오는 순간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 도파민이 팍팍 도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경험이 쌓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레벨업한 걸 느끼는 순간도 있다. 짧은 텃밭 경력에 괜히 기 죽어 있던 초보에서, 이제는 ‘내 방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가 알려준 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내 텃밭에 맞게 조정하고 기록하는 것도 재미지다. 그 맛에 계속 대파 모종을 만들기 위해 파종한다.
올해도 대파는 매울 것이다.
여름에 썰다 보면 눈이 시큰거릴지도 모른다.
올해는 고글을 쓰고 썰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