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만들기 전 확인하면 좋은 다섯 가지
봄이 되면 주말농장이나 분양받은 작은 텃밭을 시작하게 된다. 씨앗을 사거나 모종을 들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텃밭을 만들기 전 확인하면 좋은 다섯 가지를 먼저 간단히 정리해 보면,
햇빛이 하루에 최소 6시간 이상 드는지 확인하고, 흙이 너무 질거나 모래처럼 흩어지지 않는지 살펴본다. 퇴비는 심기 최소 2~3주 전에 넣어 흙과 섞어 두는 것이 좋다. 밭의 크기는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시작하고, 무엇을 어디에 심을지 간단한 작물 계획도 세워 본다.
짧은 경력이지만 텃밭을 꾸리다 보니 알게 된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텃밭을 시작할 때는 이 다섯 가지를 건너뛰고 바로 씨앗부터 사고 싶어진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 텃밭을 만들 때는 땅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햇빛이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인지, 오후까지 볕이 남아 있는지.
집 앞에 마주 보는 화단 같은 곳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사과나무 옆에 전 집주인이 심어둔 상추가 몇 포기 자라고 있어 덕분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음 해, 작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농부님이 가져다준 당근과 시금치 씨앗을 사과나무 아래에 뿌렸다. 요녀석들 어떻게 됐을까??
사과나무 바로 근처에 뿌려진 것들은 일부 싹이 올라오지 않았고, 그나마 사과나무에서 멀찍이 뿌려졌던 씨앗들이 고개를 내밀어 당근과 시금치를 수확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싹이 나오지 않은 자리도 있었다. 풍성해진 사과나무 잎에 가려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무지렁이였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농가주택과 땅을 구입할 때 제일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흙"의 상태였다. 흙에 대해 농부님이나 나나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어르신들이라도 모시고 가서 봐달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염려가 되었다. 농사를 짓던 땅이었고, 흙은 우리가 만들어가면 되는 거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래도 텃밭을 시작하려 한다면 삽을 들기 전에 흙 상태를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좋다. 너무 날리는 모래 같진 않은지, 덩어리로 뭉친다거나 진흙 같지는 않은지.
햇빛과 흙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엔 밭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작물 계획이 먼저일까, 밭의 크기가 먼저일까. 처음이나 지금이나 나의 경우 작물 계획이 먼저였다. 그렇다 보니 발생하는 실수가 넓은 텃밭이었다. 이것도 심고, 저것도 키워보고 싶은 욕심에 씨앗을 여러 종류 사게 되었다. 한두 개만 파종하면 네 식구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많은 양을 파종하곤 했다.
하지만 잡초는 그런 나의 열정보다도 훨씬 부지런했다. 밤호박 농사짓느라 몇 주 돌아보지 못하면 이름 모를 잡초들이 왕국을 만들고, 내가 뿌린 작물은 어디 있는지 생사 확인이 어려웠다. 그 뒤로 생각이 달라졌다. 밭의 크기를 조금 줄이고, 식구들이 약간 모자란 듯이 먹을 만큼만 파종하자고. 텃밭을 가꾸며 힐링을 하고자 했는데 잡초와의 전쟁으로 피로만 쌓이면 안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올해 텃밭이었다.
텃밭의 크기가 결정되면 이제 작물 계획을 세워본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키가 큰 작물은 어디에 둘지. 작물 계획을 세우다 보면 파종시기나 재배법 등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계획 세우다 벌써 나는 이미 그 작물을 다 키워본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되면 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계획 없이 시작하는 것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와서 매년 작물 계획은 잊지 않고 세운다.
비어있는 밭을 보면 남들보다 늦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파종부터 하고 싶어진다. 파종시기나 자람새에 대한 공부 없이 벼락치기하듯 씨앗부터 뿌리게 된다.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다. 결과를 텃밭지기가 오롯이 감당하면 되니까. 다음 해에 조금 더 신경 써서 파종하면 된다. 하지만 이왕 꾸리는 텃밭 조금만 알아보고, 내 텃밭 상황에 맞게 조절해 파종하면 작년과는 좀 더 다른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텃밭은 그렇게,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