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무엇을 심을지 계획을 세울 때마다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매년 심는 상추 말고 초보도 키우기 쉬운 다른 작물은 없을까. 텃밭의 단골 작물인 상추도 좋지만 조금 색다른 작물을 키워보고 싶다면 콜라비를 추천한다. 콜라비는 양배추와 순무가 섞인 채소라고 한다. 식감은 아삭하고 맛은 은근히 달다. 무엇보다 재배 난이도가 비교적 높지 않아 텃밭 초보도 도전해 볼 만한 작물이다.
특히 콜라비는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재배가 가능하다. 한 번 재배해 보고 나면 다음 계절에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어 경험을 쌓기에도 좋다. 텃밭을 하다 보면 같은 작물이라도 계절에 따라 자라는 모습이나 맛이 조금씩 다른데, 콜라비는 그런 차이를 느껴보기에도 괜찮은 작물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텃밭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초록색 잎채소가 많은 텃밭에서 보라색 콜라비가 자라고 있으면 생각보다 눈에 띈다. 작물 하나로 텃밭 분위기가 달라지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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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를 키워 보고 싶어서 재배법을 찾아보다가 콜라비를 발견하게 되었다. 즐겨 먹는 채소가 아니어서 잠깐 망설이긴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모양이 되는 건지 궁금해서 텃밭에 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 콜라비였다.
씨앗을 뿌리기로 마음먹고 이것저것 찾아보니 대부분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콜라비는 직파보다는 모종을 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재배를 결정한 시기가 모종을 사서 심기엔 시간이 빠듯해서 직파를 하기로 했다. 그저 “일단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처음 해보는 작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하면 꽤 무모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24년 봄, 콜라비 씨앗을 텃밭에 직접 뿌렸다. 며칠 뒤 흙 위로 연한 보라색을 띠는 나비 모양의 싹이 흙 사이에서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다. 발아율이 꽤 괜찮은 것 같아 '직파'라는 나의 선택에 안도감을 느꼈다. 얇은 잎줄기만 쭉쭉 자라길래 언제 동그란 구가 생기는 건지, 이렇게 자라는 게 맞는지 고개가 기우뚱 거리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씨앗을 뿌리고 한 달 반 정도 지나자 드디어 아주아주 조그맣고 동그란 게 생겼다. 그게 바로 콜라비의 구였다. 잎만 무성한 채소들과는 달리 줄기 부분이 점점 동그랗게 커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하루아침에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이 있어서 텃밭에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건 색이었다. 텃밭에는 대부분 초록색 작물들이 자란다. 상추도, 쑥갓도, 시금치도 모두 비슷한 초록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보라색 콜라비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으니 묘하게 눈에 띄었다. 초록 사이에서 혼자 다른 색을 띠고 있는 모습이 특별해 보였다.
봄 재배를 마치고 나서는 가을에도 다시 콜라비를 심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봄과 다르게 모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여름에 시작한 모종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25개의 모종을 만드려고 했으나 18개만 싹이 올라왔다. 녀석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어 겨우 6개의 모종만 텃밭에 옮겨 심었다. 봄에 먹었던 콜라비가 맛있어서 욕심을 냈기 때문에 모종을 심으며 직파도 시도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분명했다. 모종으로 심은 콜라비가 훨씬 안정적으로 자랐다. 초기 생육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 그런지 텃밭에 자리 잡는 속도도 빨랐다. 괜히 많은 글에서 모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종 재배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하필이면 벌레들이 한창 활동하는 시기에 심었던 것이다. 잎이 한 번 뜯기기 시작하니 금세 구멍이 숭숭 뚫렸다. 작물이 자라는 속도보다 벌레가 먹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잎을 지켜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직파한 콜라비는 또 다른 문제를 만났다. 파종이 늦어 한창 구가 커져야 할 시기에 추위가 찾아왔다. 결국 구의 크기가 모종으로 키운 것만큼 크게 자라지는 못했다. 역시 작물은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같은 작물이라도 계절이 다르면 자라는 모습이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확실히 맛은 가을 재배가 더 좋았다. 서늘한 날씨 속에서 자란 콜라비는 단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수확한 콜라비는 여러 가지로 먹을 수 있었다. 깍두기를 담가도 좋고, 얇게 채 썰어 생채로 무쳐 먹어도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있었다.
텃밭을 하다 보면 이런 경험이 쌓인다. 실패를 하기도 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경험이 된다. 콜라비도 그런 작물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봄과 가을 두 번의 재배를 거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텃밭에서 작물을 키운다는 건 어쩌면 이런 과정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올봄 텃밭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콜라비도 한 번쯤 키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키우는 재미가 있고, 텃밭 풍경도 조금 색다르게 만들어 준다. 초록빛 사이에서 보라색 구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텃밭이 더 풍성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