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온 5도, 가지를 심었다

가지 모종 심는 시기

by 농부아내


가지는 따뜻한 기온을 좋아하는 작물이라 심는 시기를 신중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남부지방은 보통 4월 말, 중부지방5월 초순이 적당하고, 특히 밤 기온이 10~15℃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점이 되어야 뿌리 활착이 수월하다. 마지막 서리가 지난 뒤 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모종은 45~50cm 간격으로 띄워 심고, 심은 뒤에는 지주대를 바로 세워주는 것이 좋다.


2026년 가지 재배일지
-3월 29일 아주심기




작년에 처음 키워본 가지, 블랙다이아.

두 포기를 심었는데, 한동안은 정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열매를 달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따고 나면 또 달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어지다가 결국 ‘가지 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두 포기 중 하나는 자람이 좋지 않아 일찍 정리를 했고, 남은 하나만이 끝까지 버텨냈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하나뿐이었지만 끊임없이 열매를 매달아줬고, 그걸 따서 말려두었다가 지금까지 밑반찬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경험 이후로 가지는 많이 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도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그런데도 모종을 두 개 주문했다. 하우스 일이 바빠질 것 같아 조금 이른 시기에 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하나가 버티지 못할까 봐, 둘 중 하나만이라도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3월 29일, 아직 가지가 버티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다. 낮에는 봄 기운이 느껴졌지만 밤 기온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따뜻한 낮을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밤을 떠올리면 아닐 것 같았다. 고민하느니 일단 심어보자는 생각에 다른 작물 모종을 심으면서 같이 심어버렸다.


3월 29일


모종 상태는 작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이 정도면 금방 자리 잡지 않을까 싶었다. 흙을 파고 물을 먼저 흘려보냈다. 마른 흙에 심기보다는 촉촉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마음이 놓였다. 구멍 속 흙이 촉촉해진 걸 확인하고, 그 위에 모종을 넣고 흙으로 다시 덮었다. 심고 보니 살짝 구부러진 줄기가 눈에 거슬렸다. 그대로 둬도 괜찮을지 잠깐 망설였지만, 괜히 더 건드렸다가 상하게 할까 싶어 그냥 두었다. 늘 그렇듯, 일단 심고 보는 쪽을 택했다. 물을 한 번 더 주고 지주대를 세웠다.


4월 6일


며칠 뒤 비가 한 번 쏟아졌고, 또 한 번 더 내렸다. 비는 반갑지만 동시에 걱정을 불러온다. 특히 이번처럼 이르게 심은 경우에는 더 그렇다. 게다가 어느날은 밤 기온이 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괜히 일찍 심은 건 아닐까. 비닐이나 부직포로 덮었어야 했나. 마음이 복잡해졌다.


밤 기온이 떨어진 뒷날 아침, 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먼저 눈으로 상태를 훑었다. 쓰러지진 않았을까, 잎이 축 늘어진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앞섰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작은 새순이 올라와 있었다. 다행이었다.


아, 버텨냈구나.


잎 색은 아직 연하고 완전히 안정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변화 하나로 충분했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밤 기온은 들쭉날쭉하다. 그래도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다.


가지 모종을 일찍 심은 선택이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조금 무리였을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괜찮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새순을 보는 순간, 나는 이 녀석들을 더 믿어보고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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