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출발하는 중입니다

프롤로그

by 농부아내


나는 아직도 출발하는 중이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충분히 멀리 온 것 같다가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 오면 여전히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지점을 ‘시작’이라고 부르지만, 내 삶에는 그런 분명한 출발점이 없었다. 망설이다가 한 발 늦게 움직였고, 움직이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망설이는 성격 탓인지, 운전은 내 삶에서 유독 늦게 찾아온 영역이었다. 귀농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남편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삶은 편안하고, 안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쪽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내가 가는 길이 아니라, 데려다주는 길 위에 있다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작은 용기를 내어 운전면허를 따고도, 나는 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못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였다.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도 ‘두려워서 시작하지 않는 사람’으로 지낸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러다 현실적인 문제 앞에 서게 되었고,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지도 모를 이유로 마음속 시동을 켜게 되었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길을 잘못 들어 당황하고, 그래도 다시 방향을 잡는 과정들. 특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이 시간을 기록해 두고 싶어졌다. 지금은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매번 숨을 고르고 운전대를 잡는다. 빠르지도, 능숙하지도 않다. 그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오늘은 못하겠다고 말하던 사람이, 오늘은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시간도 있다. 남들보다 늦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멈추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는 태도. 삶은 그런 사소한 결심들로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는 걸, 나는 운전을 통해 배웠다.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른 채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늦었다는 생각에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출발선에 서 있다는 감각은 여전히 낯설고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 불안이 예전처럼 나를 붙잡아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아직 선택하고 있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출발선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면, 이제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급할 필요가 없다. 흔한 말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멈추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제, 출발해 보자.

아직 서툴고 확신이 없어도.


나는 아직도 출발하는 중이고,

당신도 아마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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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