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할 수 있어요!

3부. 생활운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by 농부아내


읍에 혼자 운전해서 가본 날은, 사실상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했던 날이었고, 그날은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는 일이었기에, 나는 더 망설였다.


그날의 목적지는 서점이었다.

어디서 사람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읍은 여전히 무서웠지만, 그래도 운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운전해서 서점까지 가도 되지만,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행운요정 둘째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그땐 아이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했다. 차에 오르며 우리는 우스갯소리처럼 외쳤다.


“살아서 돌아오자.”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미숙한 내 운전 솜씨로 과연 회전교차로까지 돌아서 서점까지 갔다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집에서의 출발은 늘 그렇듯 순조로웠다. 논과 밭이 즐비한 길을 지나 읍으로 들어선 순간, 풍경의 밀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사람도 많아지고, 차도 많아졌다. 논과 밭이 있던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신호가 잦아졌고, 선택해야 할 방향도 많았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는 분명했지만,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회전교차로를 지나 2번 출구로 나가라고 하는데, 2번 출구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한 번도 내비게이션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회전교차로를 반바퀴 돌고 빠져나왔다. 지도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는 역시나 잘못된 길 위에 있었고, 화면 속 화살표가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새로운 경로로 안내하겠습니다’


익숙한 말이 들렸지만, 당황스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심장이 요동쳤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그때 뒷좌석에서 패드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둘째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내 뒷모습만 봐도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는지, 생각보다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할 수 있어요.”


아이는 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건 느꼈던 것 같다.


‘그래, 할 수 있다. 적어도 멈추지는 말자’

그렇게 다시 속도를 올렸다.


내비게이션에 도착지점이 보였을 때, 또 다른 긴장이 찾아왔다. 주차였다. 서점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었지만, 그곳까지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무엇보다 처음 머릿속에 그려 두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자리였다. 차들이 오가는 흐름 속으로 끼어들 자신도 없었고, 만약 그 안에서 멈칫하게 되면, 그건 더 큰 혼란이었다. 결국 서점 반대편 라인의 꽤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내려서 보니 서점에서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아이의 작고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다. 차 안에서는 그렇게 긴장하던 몸이, 걷는 동안에 조금 풀렸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는 잠시 숨을 고르듯 서 있었다. 도착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천천히 밀려왔다.


계산을 마치고 서점을 나서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차한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지만, 올 때보다는 덜 흔들렸다. 다행히 한 번은 운전해서 와 본 길이었고, 회전교차로도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시동을 끄고 나니 온몸의 힘이 빠졌지만, 차에서 내려 양팔을 들어 올리고 외쳤다.


“살아서 돌아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날 가장 용감했던 사람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불안한 엄마의 등을 보고도, 아이는 나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 “엄마, 할 수 있어요.” 그 말은 내가 앞으로 여러 번 꺼내 쓸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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