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r 17. 2016

2화 | 경계


로맹과 에밀이 가족이 된 첫날. 

두 아이는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을 골라 서로의 몸을 의지했다. 

한참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굳어있던 아이들과 반대로 우리의 몸은 분주해졌다. 

이동하느라 배가 고팠을 아이들을 위해 밥과 물을 담고 높은 곳에 있는 화분을 옮기고 바닥에 담요를 깔았다. 

그러는 내내 아이들의 커다란 눈은 우리를 쫓았다. 


아이들은 태어나 잠시도 저 커다란 두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친 도로와 자동차를 피해야 했고, 따뜻한 사람의 손과 추잡한 사람의 손을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고양이를 겨우 피하고 나면 하교하는 초등학생들의 천진한 잔인함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 모든 것을 커다란 두 눈으로, 가는 다리로, 뻣뻣한 털로, 긴장으로 조여진 심장으로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금 그들의 집이 될 이곳을 경계하고 있다. 

로맹과 에밀이라는 새 이름을, 자신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우리 두 사람을 커다란 눈으로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분주해져야 했다.

 

Written by Dalmoon
1984romaingary@gmail.com





작가의 이전글 1화 | 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