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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r 20. 2024

그린 북


영화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 뮤지션 돈 셜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뮤지션 돈 셜리는 백인 관객이 가득 찬 공연장에서 연주를 마친 뒤, 너무나 해맑고, 어찌보면 기괴할 정도로 과장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그가 그런 웃음을 지은 이유는 차별의 정의를 넘어 평화와 화합을 위해 서로 미소를 짓고자 하는 의미였죠. 


하지만 그의 과장된 웃음을 보고 백인 관객들은 실소를, 흑인들은 백인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배신자라며 손가락질 했습니다. 더욱 슬픈 것은 그의 웃음의 모델이 된 실화 속 인물이 있다는 점인데요.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시절, 거기에 흑인이어서 받아야했던 핍박과 차별의 고통. 루이 암스트롱은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스스로의 힘으로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됩니다. 


그가 주류의 무대에 서서 처음 한 것은 세상을 향해 가장 큰 미소를 짓는 것이었죠. 영화 <그린북>속 돈 셜리의 미소처럼 아주 과장된 미소를 말이에요. 그런 루이 암스트롱을 보며 흑인들은 ‘엉클 톰’이라는 비하의 의미가 담긴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루이 암스트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끝없이 미소 지었습니다. 그는 믿었던 것이죠. 자신이 이렇게 모든 세상을 향해 미소를 짓다보면, 언젠가 세상도 차별이 아닌 평화로 물들 것이라고 말이에요. 


물론 그런 그의 믿음은 아직도 현실로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전염성 강한 미소는 그의 음악처럼 여전히 남아 차별 너머의 세상을 그리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그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의 노랫말처럼 차별이 아닌 평화로 물든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할 날이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그의 미소를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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