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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r 21. 2024

출발, 도착, 시간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첫 장면은 영국 히스로 공항의 풍경을 시작됩니다.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림의 끝에 선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합니다. 누군가는 포옹을, 누군가는 키스를, 또 누군가는 하이 파이브를 하죠.


그런 즐거움을 뒤로 하고 비행기는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하늘로 오릅니다. 비행기 덕에 멀리 떨어진 이들은 서로를 기다리는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었죠.


우리의 역사와 과학의 발전은 어쩌면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몸짓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때는 마차가, 한때는 자동차가 또 한때는 기차가 그 역할을 해주었죠. 그중에서 1830년 리버풀과 맨체스터에 설치된 기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산업혁명 이후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많은 면직 공장이 있는 도시로 유명했습니다. 이 두 도시를 잇는 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다림은 물론이고, 영국에서 만들어지는 우수한 면직 제품을 기다리는 이들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일이기도 했죠. 지금이라면 이 철도 계획에 모든 사람이 찬성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기차는 아직 생소한 물건이었기에, 많은 루머들이 쏟아졌죠.


기차가 생기면 폐가 망가질 것이다, 암소들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다, 시골길에 화재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식의 루머들이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 철도 회장은 이런 말로 설득을 했습니다.

“맨체스터에서 아침을 먹고 기차를 타면 오후에 리버풀에서 업무를 보고,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와 저녁을 먹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하루는 철도의 속도만큼 늘어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속도의 발전은 기다림을 단축하고, 하루를 늘려주었습니다. 다시 <러브 액추얼리>의 히스로 공항으로 가볼까요? 그들은 비행기의 속도가 선물한 시간을 잔뜩 들고 사랑하는 이와 마주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공항을 떠나 선물 받은 시간을 어떻게 쓰게 될까요?


질문의 화살을 여러분께 돌리면 어떤 대답을 하실까요? 기차와 자동차, 비행기, 혹은 자전거나 킥보드가 단축해 준 기다림의 시간을 여러분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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