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는 이유로,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글 같은 거 먹고 사는데 하등 필요없는 것이라며 잔인한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한때는 그것이 위로라 믿었습니다.
한때는 그것이 피치못할 사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치못할 것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사정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글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피지 못한 꽃망울처럼 품은 채,
수십 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할머니가 된 그들.
그들의 피치못함을 지우개로 지우고, 그 자리에 기역과 니은.
아와 오를 가르쳐준 이가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그런 글 선생님과 함께 글과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진행한 수업 덕분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생애 처음으로 글과 그림을 배운 할머님들.
그들은 평생 처음으로 마음 속 이야기를 그림 일기로 쓰고, 생애 첫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 전시에 걸린 할머니들의 글에는 지나온 삶의 애환은 물론이고, 하루란 생을 살아가는 저마다의 방법, 그리고 직접 경험하며 배워온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죠.
그 이야기는 모두, 오랜 뿌리를 내린 나무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한 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이 이럴진대 할머니들의 마음은 얼마나 봄 같았을까요?
오늘 그 봄을 함께 펼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