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r 25. 2024

봄봄봄 봄이 왔네요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봄은 어찌나 좋은지 그것을 노래할 때면 그 이름을 세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 붙는 노랫말은 대부분 사랑이라든지, 당신이라든지, 살랑 이라든지, 설렘 같은 단어가 오곤 하죠.

심지어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을 만큼,

봄은 너무 좋아서, 너무 기뻐서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계절인 것만 같습니다.


이 계절에 피는 꽃에는 개나리나 진달래도 있지만, 튤립도 있습니다.

튤립의 나라라 불리는 곳으로는 네덜란드가 대표적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튤립의 시작은 중앙아시아 지역이었다고 하죠. 그곳에서 시작된 튤립은 전쟁과 정복 같은 어두운 단어로 포장된 채, 유럽으로 건너왔습니다.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1600년대 들어서 유럽의 식물애호가들은 튤립을 탐욕스럽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가격은 자연스레 올라갔죠.


그렇게 튤립의 가치가 봄바람 탄 민들레씨처럼 높이 오르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튤립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튤립 구근을 봄이 되면 사겠다고 하는 선물거래가 일어나기도 했었죠. 말하자면 튤립을 아름다운 봄의 전령으로 본 것이 아닌, 재산을 불릴 수단으로만 봤던 것인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작은 괜찮았습니다, 튤립의 가치는 점점 상승해 초기 튤립에 투자한 이들은 큰돈을 벌 수 있었죠. 하지만 튤립의 본질인 아름다움에서 눈을 뗀 이들에게 튤립이 준 것은 봄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튤립으로 거래하던 이들의 화폐는 결국 거품이 되었고 튤립은 자신의 본질을 보지 않는 이들에게 멋진 복수를 해주었죠.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득을 본 이들은 누구일까요? 그건 바로 한 송이 활짝 핀 튤립을 보며 봄의 바람을 즐긴 이들, 그 바람에 살랑 흔들리는 잎과 향기를 만끽한 이들. 그래서 그 봄이 너무나 아름답게 기억된 이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즐길 줄 아는 이들이었습니다.


봄은 그래야 하는 계절입니다. 그 자체로 바라보고 즐기고 만끽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그러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다가오는 봄을 맞으며 봄노래나 들어볼까요?



작가의 이전글 ㄱㄴㄷㄹㅁㅂ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