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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r 29. 2024

흔들리는 꽃잎 속에서


봄이 오는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이른 저녁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는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질 때,

하루의 해가 유난히 길어진 것 같을 때,

괜한 기침이 나오고, 건조함에 코를 비빌 때,

한참을 걸었는데도 외투가 없음에 어깨가 가볍게 느껴질 때,

SNS 속 지인들의 사진이 채도를 보정한 듯 선명히 보일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금세 사라져 버릴 때,

뿌연 미세먼지의 답답한 냄새를 맡을 때,


그리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 향이 느껴질 때.

우리는 봄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봄은 멜로가 체질이라 우리를 곧잘 설레게 하거나

한 뼘쯤 하늘 위로 가벼이 뛰어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어디 사랑할 것이 없나, 실없는 사람처럼 주변을 둘러보게 합니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가 달콤한 솜사탕에 끌리듯,

우리는 봄의 노래에 끌리곤 하는데요.

그때 틀어둔 노래가 이런 가사면 어떨까요?


“어떤 계절이 너를,

우연히라도 너를. 마주하게 할까.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생각한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기다리고 때론 지나치고

다시 기다리는 꽃이 피는 거리에

보고파라 이 밤에.“


이런 가사의 노래를 듣는다면.

봄, 봄.

그 아름다운 말을 달콤한 사탕처럼 녹여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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