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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Apr 01. 2024

고양이의 첫 걸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서툴고 꼬물이도 고양이가 처음이라서 막막합니다.“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사진집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의 첫 사진 밑에는 이런 글이 담겨있습니다. 이 글에서처럼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의 모든 시간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짧은 봄과 가을은 길에서 살아도 큰 문제가 없지만 무더운 여름은 그야말로 극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죠. 찌는 듯한 더위도 더위지만 쏟아지는 폭우는 고양이의 집을 쉽게 앗아갑니다. 음식은 또 어떤가요. 쉬이 상해버리는 여름의 날씨 덕에 길고양이들은 하루 종일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을 찾아 방황해야 하죠.


 그런 길고양이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면 이제 막 떠나고 있는 여름, 그 뒷모습이 반가워 보일 정도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을은 그들에게 회복의 시간을 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떠나는 여름의 뒷모습이 우리 사람들보다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평균적으로 두세 번의 여름밖에 마주하지 못하니까 말이에요.


 여름의 뒷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눈을 생각합니다. 인간의 두 눈만이 아닌, 길고양이의 눈, 길 떠나는 철새의 눈, 숲속 어딘가, 혹은 들판 곳곳에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동료들을 생각합니다.

그저 생각만 하는 것이 전부일지라도. 아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첫걸음은 언제나 그렇게 막막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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