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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Apr 02. 2024

작은 숲 한 입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어린 시절 엄마는 곧잘 내 위 속에 개구리가 살고 있어서 배가 고프면 꼬륵꼬륵 하고 울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좀 놀려줄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충격이 정말 컸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런 건 없다는 사실을.“


주인공 소녀를 놀리기 위한 엄마의 장난기 넘치는 이야기였는데요. 지난여름, 우리 위 속 개구리는 몇 번이나 울었을까? 장난기가 어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끝없는 무더위와 열대야, 그리고 긴 장마의 시간까지. 여름은 요리 하기에 적당한 계절은 아닙니다. 입맛은 곧잘 사라져 버리고, 차디찬 커피와 얼음 덕에 혀도 얼얼하게 마비되곤 하죠.


그래서 여름은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은데, 지나간 끼니는 챙기지도 못하는데….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여름이 있었기에, 작렬하는 햇빛과 습기 가득한 빗방울이 쏟아졌기에,

우리는 다시 위 속 개구리의 기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름내 익어간 과일과, 살이 오른 물고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곡식들. 그들은 우리가 차가운 커피를 마실 때, 온몸으로 여름을 마셨습니다. 그렇게 여름 잔의 바닥이 보일 때쯤, 새벽녘 가을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가만히 앉아 그 소리를 듣습니다. 겨울눈이 녹는 간지러운 소리에 개구리가 깨어나듯,

여름의 뒷자리를 채워 도는 가을의 바람. 그 소리가 우리 위 속 개구리를 깨웁니다.


개굴개굴, 꼬르륵.

여름의 뒷모습이 선물이라도 된다는 듯 소리를 길게 남깁니다. 그 소리의 끝에 우리도 여름에게 인사를 더해보면 어떨까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이렇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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