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Apr 04. 2024

라이너스의 담요


이제는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에는 개성강한 캐릭터의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성격유형을 구별하는 심리테스트도 있었을 정도였죠.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항상 집 밖에서 잠을 자는 스누피, 불운이란 불운은 모두 자신의 것이라는 듯 살아가는 찰리 브라운, 적극적이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루시 반 펠트, 그리고 항상 담요를 껴안고 사는 귀여운 라이너스.


이 중에서 라이너스는 ‘라이너스의 담요’라는 심리학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특별한 캐릭터였는데요. 이 친구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죠. 


라이너스는 애착이불이라 말할 수 있을 담요를 항상 끼고 다닙니다. 무서운 것이 있을 때나, 숨고 싶을 때,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라이너스는 담요를 꼭 껴안으며 안도감을 느끼죠. 


이 정도만 해도 라이너스는 귀여운 동생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장면은 바로 이것이었는데요. 어느 날, 라이너스는 힘든 일을 겪고 의기소침해진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모습을 본 라이너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물, 담요를 건네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기운을 가진 그 물건을 말이에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어떤 것을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마음. 이 마음을 본 독자들은 라이너스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우리가 이 에피소드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라이너스의 행동. 그 작은 움직임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면서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할때면 각박하게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한숨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라이너스의 이 에피소드에 여전히 열광할 마음이 남아있다면,그리고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면, 늦은 것은 아닐 겁니다. 따뜻한 친구, 라이너스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울프의 인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