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링클레이트의 영화 <보이후드>
이 작품은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촬영된 영화입니다.
감독은 딸과 아들, 두 명의 아이와 엄마, 이렇게 세 식구의 이야기를
12년에 걸쳐 직접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으며 영화를 만들었죠.
그런 영화이기에 이 작품을 보면 엄마와 딸, 그리고 아들이 보낸
시간의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가버린 시간을 복기하며 아쉬워하지만,
두 아이는 다가올 시간을 선물처럼 기다립니다.
그래서 영화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두 아이의 얼굴에는 생기가 차오르지만,
엄마의 얼굴에는 걱정과 초조함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엄마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죠.
“무언가 더 있을 줄 알았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보냈는데,
그 자리를 채울 또 다른 것이 오지 않았을 때의 절망.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이 질문에 감독은 말합니다.
그것이 시간의 속성이기에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다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는 것,
그곳에서 너무 바삐 살아오느라 이제껏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
그 정도의 자유는 허락되어 있다고 말이에요.
그렇기에 한 해의 시간을 보내는 지금.
등을 펴고 다리를 뻗고, 또 고개를 돌려 두 눈에 아직 담지 못한
어떤 것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언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는 마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