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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y 07. 2024

깍두기의 마음


The Weakest Link.

이 표현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해외판 자막에 나온 표현입니다.

해석하자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이 표현을 <오징어 게임>에서는 한국어로 뭐라 말했을까요?

바로 ‘깍두기’입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 때,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에 가장 오랜 여운으로 남은 단어가 바로 깍두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깍두기 문화를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이할 때, 사람 수가 안 맞거나 어떤 어이가

그 놀이를 잘 못했을 때. 우리는 그 아이를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다 같이 놀이를 하려고 일종의 규칙을 만들었는데요.

그 규칙이 바로 깍두기였습니다.


말하자면 깍두기는 조금 서툰 친구들과도 함께 놀기 위해 순수한 아이들이

만들어낸 문화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깍두기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는 이 따뜻한 문화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아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 어떨까요?

한 사람만 겨우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 두고,

조금이라도 높은 계단에 오르려 서로를 밀치고 있지는 않나요?


물론 알고 있죠. 어른의 삶이란 더는 놀이가 아니고,

나 혼자 곁의 이들을 배려하다가는 내가 제일 낮은 계단에 서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꿈은 꿔봐도 좋지 않을까요?

높다란 직선의 계단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이 있는 세상을.

같은 선상의 그 언덕에서 모두가 같이 오르고 또 내려오는 동행의 세상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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