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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y 08. 2024

미치광이들


저기 한 사람이 미친 듯이 웃고 있습니다.

아니, 저기도 그런 사람이 있네요.

아…. 저기에 또,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보면 스페인의 강한 햇빛에 정신을 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텐데요. 자세히 보면 그들의 손에 아주 두꺼운 책이 들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어디 보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네요.


<돈키호테>. 지금은 고전 중의 고전을 불리고 있고, 상당한 분량 때문에 완독한 이가 많지 않은 것으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이 출간된 시기. 그때의 스페인에서는 <돈키호테>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웃긴 코믹 소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페인에는 이 당시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하죠.


“만약, 거리에서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치광이거나 <돈키호테>를 읽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말이 생길 정도로 당시 스페인 사람들에게 <돈키호테>를 읽는 것은 거대한 유행이자, 하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일이었죠.


물론 <돈키호테>가 유행 혹은 트렌드가 되기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이나 SNS, 인플루언서, 심지어 큐레이터도 없던 시기였기에 어떤 작품이 유행을 타기 위해서는 입소문을 끊임없이 퍼뜨리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출판 관계자들이 홍보를 위한 수단을 쓰긴 했지만, 그 역시 입소문의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하는 방법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당시의 유행은 너무나 느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린 속도 덕에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보다 확실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쉽고 또 빠르게 변하는 최근의 유행들. 그것을 살펴보면 사실 유행이 될 만한 힘을 가지지 못한 것이 트렌드가 되기도 하고, 그만큼 빨리 사라져 버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례가 쌓일수록 우리는 유행이란 것에 염증과 피로를 느끼게 되는데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한 검증과 그만한 가치를 통해 트렌드를 만들어가던 <돈키호테> 시대의 유행법이 조금은 그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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