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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y 09. 2024

#71. You'll Never Walk Alone


축구 경기의 승패를 예측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좋은 선수나 감독, 팀의 분위기, 상대 전적 같은 것들이 있겠죠.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건 바로 ‘홈팀’에 관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구장을 사용하는 홈팀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익숙한 구장에서 뛴다는 이점은 물론이고,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하지 않아 체력을 아낄 수도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홈팀은 구장을 꽉 채운 홈팬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웨이팀은 홈팀 관중들의 야유와 함성 속에서 위축된 채 경기를 할 수밖에 없죠.


그런 이유로 비슷한 실력의 팀이 경기한다면 홈팀이 승리할 확률이 확연히 높아지게 되는데요. 이런 공식이 무너진 것은 코로나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관중이 들어서지 못하는 경기장. 홈팀은 더 이상 일방적인 응원과 기운을 받을 수 없었죠. 그 결과 홈팀의 승률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현격히 낮아졌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홈팀에서는 거대한 스피커로 응원 소리를 틀어주기도 했지만, 그렇게 울리는 기계의 소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바라봐 줄 이들이 없다는 사실. 슛에 실패했을 때 함께 아쉬워하는 눈빛. 상처를 입었을 때 한 마음으로 다친 곳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공을 마주 보고 있다는 동질감. 선수들은 그런 시선이 사라지자,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처럼 힘을 잃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나와 같은 곳을 보는 눈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그 힘은 구태여 아낄 필요가 없으니, 마음과 힘을 전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선물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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