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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y 24. 2024

#79.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사실은 없습니다. 그저 한 신문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1974년생이고, 백인 남성이며, 14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낙서 화를 시작했다는 정보가 전부죠. 물론 그것도 모두 사실이라고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진실은 그의 이름이 ‘뱅크시’라는 것이죠


익명의 낙서 화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가인 뱅크시. 그는 이야기가 있는 모든 장소를 무대 삼아 벽이나 지하도, 담벼락, 물탱크 같은 곳에 그라피티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 특별한 작가의 이력과 작품은 단숨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 결과, 2018년 10월. 영국 소더비 경매에 그의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풍선과 소녀>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당시 가격으로 104만 파운드. 한화로는 15억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뱅크시의 작품은 낙찰된 이후에 완성되었는데요. 작품이 낙찰되자 액자 틀에 숨겨진 소형 분쇄 장치가 가동되었습니다. 그 결과, 15억의 값을 인정받은 작품의 절반가량이 파쇄되어 버렸죠.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요. 뱅크시는 이것 역시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말하며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작품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지나치게 가격과 돈의 논리로 점철된 마술계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이후에도 뱅크시는 코로나 시대의 의료진을 응원하는 작품이나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발칙한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상을 살짝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과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관념의 시각이 아닌, 자유롭고 유연한 시각이 필요할 텐데요. 그런 시각을 갖기 위해 살짝 생각의 흐름을 비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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