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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May 29. 2024

#80. 봄의 제전



모든 예술에서 봄은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봄의 풍경을 그린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나, 봄을 노래한 수많은 대중가요와 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봄을 표현한 미디어 아트까지…. 봄이 시작되면 예술가들은 일제히 그 짧은 봄을 담으려 분주히 움직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도 그랬습니다. 그의 음악 중 <봄의 제전>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음악이 있습니다. 이 곡은 1913년 5월 29일. 봄이 다음 계절에 경계를 넘기기 전쯤 초연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해의 봄을 아쉬워하거나 기억하려 공연장을 찾았죠. 하지만 스트라빈스키는 그들의 기대를 단번에 깨뜨려 버렸습니다. 대중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봄의 음악이었기 때문이었죠.


<봄의 제전>은 기존에 잘 사용하던 3악장 형식을 벗어났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을 6개의 악장으로 구성해 보다 다채로운 스토리와 메시지, 그리고 무드를 전달했죠.


그리고 박자 역시 다섯 박자, 일곱 박자, 열한 박자 같이 다양한 박자를 활용했는데요. 이런 난해함 덕분에 관객들은 이건 자신들이 아는 봄이 아니라며 투덜거렸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런 변칙적인 움직임, 다채로운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봄을 사랑하는 이유와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멋대로 피어나는 꽃과 변덕스러운 바람, 그리고 한없이 가벼워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무게. 그것이 만드는 우리의 봄 풍경을 생각한다면 <봄의 제전>의 변칙은 변칙이라 볼 수도 없을 정도인데요.


올해 당신의 봄은 어떤가요?

어떤 박자, 어떤 리듬, 어떤 멜로디로 봄을 연주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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