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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n 03. 2024

휘발성 에세이 #81. 5.7M


5.7미터.

이 책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필요한 길이입니다.

물을 닮은, 이 책은, 아이를 닮은, 이 책은, 또, 누군가의 꿈을 닮은, 이 책은 그래서 이렇게나 길게 이어집니다.


이수지 작가의 <물이 되는 꿈>

이 특별한 그림책은 한 장씩 넘겨볼 수도, 책의 모든 페이지를 가로로 길게 펼쳐볼 수도 있습니다. 한 장씩 넘길 때는 개별의 프레임에 풍덩 빠져들고, 모든 페이지를 길게 펼쳤을 때는 영원의 프레임에 첨벙 헤엄칩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몸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무엇도 될 수 없고, 어디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평범한 자유가 아이에게는 한낱 꿈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꿈의 그림을 모으고 이어 넓은 물길을 열자, 아이는 유영하기 시작합니다.

누구보다 자유롭게, 누구보다 아름답게.

자유의 길을 마음껏 헤엄칩니다.

그렇게 아이는 물이 됩니다. 냇물이 됩니다. 강물이 됩니다.

다시, 바다가 됩니다.


그리고 5.7미터의 여행을 마치고 모래 가득한 해변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자유를 느낍니다.

그리고 늘여진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접어

그 작은 품속에 꼭 감싸안습니다.

세상을 껴안는 옅은 빗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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