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미식쇼는 꽤 유명한 곳이다. 이 집의 사장님인 맛객은 인간극장에도 출연하였고, 언론매체에도 많이 노출된 사람이다.
유명한 일식집이야 많지만, 맛객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원래 직업은 만화가였으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전국을 다니며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 그 후 식당을 빌려 초대제로만 운영하고 특정 날짜에만 열리는 임시 식당을 열었다. 어느 정도 입소문으로 유명해질 때 즈음 경기도 부천에 지금의 맛객미식쇼를 오픈하게 된다.
(내 롤모델?ㅎㅎ)
몇 달째 맛객 미식쇼 블로그를 보며 입맛 다시는 날 위해 와이프가 친히 데려가 주셨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에 검색해 보면 메뉴판이나 위치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이 곳의 코스 요리는 A세트(8만 원)와 B세트(10만 원)가 있다. 단품 메뉴를 시키면 좀 더 고급스럽게 먹을 수 있으나, 처음 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B세트를 주문하였다.
자리는 이렇게 세팅되어 있다. 인당 작은 도마가 하나씩 있고, 도마에 각자 먹을 회를 두 점씩 올려준다.
첫 메뉴로 멍게가 나온다.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고, 회를 먹을 준비를 하게 해준다.
참기름이 살짝 얹힌 문어가 나온다. 크게 감흥이 있는 맛은 아니었다.
해삼 내장에 광어가 올려져 나오는 광어 고노와다이다.
이 부분에서 약간 실망을 했는데, 광어 고노와다는 원래 광어를 얇게 썰어서 해삼 내장에 푹 적셔서 먹어야 한다. 바로 앞에서 요리하는 걸 봤는데, 단품 메뉴는 얇게 썰어서 주고 세트는 그냥 남은 짜투리 광어를 뭉텅뭉텅 썰어서 주었다.
일반 참치집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참다랑어 아카미가 나왔다. 여기서 약간 놀랐는데, 숙성이 전혀 안된 참치였다. 얼어있던 참치 블럭을 바로 바로 썰어내었다. 심지어 너무 얼어 사시미칼이 잘 들어가지 않자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가면 썰어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주었다.
다음은 껍질을 살짝 데친 농어회다. 양식 농어는 검은 실핏줄이 있어 어두운 빛깔을 띠는데 하얀색을 띠는 걸로 보아 자연산 농어 같다. 이 식당의 모든 회는 두툼하게 나오는 숙성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이다.
황새치 뱃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붉은 점이 없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청새치 뱃살인 것 같기도 하다. 숙성이 잘 되어 있었다.
부시리회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방어나 부시리류의 생선은 숙성되지 않은 활어를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지, 숙성되어 약간 푸석한 느낌이 별로였다.
개인 도마 위에 두 점씩 올려지는 회는 여기까지 이다.(응? 벌써?)
이제부터는 2인을 위해 접시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민어회가 나왔다. 인당 한 점씩 밖에 안 되는 양이긴 하다. 사실 민어회는 사진으로만 많이 보았지 실제로 먹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사진으로 보면서 생각했던 딱 그 맛이었다.
그냥 적당한 맛의 만두도 인당 두 점씩 나온다.
갈치 구이. 한 마리에 몇 천 원 할법한 엄청 마르고 살이 없는 게 나왔다. 이런 건 차라리 나오지 않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퀄리티 떨어지게시리..
육사시미에 가까운 육회다. 소금과 후추로 간이 되어 있어서 소스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저렴한 부위인 우둔살이 아닌 치마살 육회라서 꽤 맛있게 먹었다.
꼬치구이. 삼겹살이었던 것 같다. 맛은 그럭저럭.
연어알 군함이다. 인당 1개씩이다.
적당히 익혀 부드러웠던 소고기 육전. 고추가 들어가 있어서 매운 맛이 풍기는 독특한 맛이었다.
맛객 미식쇼 블로그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었던 소금김밥이 나왔다. 소금김밥은 방송에서도 맛객이 몇 번 소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맛보았다. 밥 안에는 참기름과 소금만 있는 깔끔한 맛이다. 너무 기대를 하고 먹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냥 평이한 맛이었다. 김에 참기름 들어가 있는 밥이 맛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 한 그릇. 적당히 칼칼한 탕이었다.
단품 메뉴 중에 보쌈이 인기가 있었는데, 회를 먹지 않는 와이프가 세트는 보쌈도 안 주나 보다 하며 투덜거렸다. 얼핏 들었는지 서비스라며, 보쌈 2개를 내어 주셨다.
맛객 미식쇼의 소감은 이랬다.
1. 이 집 이름은 '맛객 미식쇼'이다. 즉, 맛객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사람의 음식을 맛보기 위한 곳이다. 하지만, 주방엔 맛객 외에 두 명의 요리사가 더 있었는데, 대부분의 요리는 이 두 명이 하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쁘고 인기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맛객의 요리를 먹고 싶었던 나에겐 그냥 그랬다.
2.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건 좋았지만, 소비자로써의 내 기준은 과연 낸 돈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였다. 인당 10만 원, 두 명이 갔으니 20만 원이었다. 한 끼에 20만 원을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재료와 훌륭한 맛이었지만 20만 원의 값어치를 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계산하고 식당을 나오며 내가 든 생각은 '집에 가서 보쌈이나 하나 시켜 먹을까?'였다. 전혀 배가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