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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Oct 19. 2015

잘못된 참치 숙성으로 망한 이야기

생선회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피'이다.(사실 육고기도 마찬가지지만)

생선의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살아 있을 때 피를 잘 빼내야 하고, 회를 먹을 땐 피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잘 제거를 해줘야 한다. 특히나 참치 머릿살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피비린내가 나기 마련인데, 이마저도 피 냄새를 잘못 제거하면 너무 비려서 먹기 힘들 정도다.


여기 피 제거를 제대로 못해서 망한 케이스를 살펴보자.


이 날은 회사 회식을 하고 온 날이었다. 적당히 술도 취한 상태였고, 와이프도 일찍 자고 있던 터라 영화나 보면서 한잔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냉동실엔 참다랑어 입천장살이 조금 있었다. 그냥 대충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숙성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먹기로 했다.



여기서 해동&숙성이라는 과정을 짚어보자.


소금물로 해동을 시킨다.

참치를 먹을 땐 처음에 해동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해동은 말 그대로 얼어있는 참치를 녹이는 과정이다. 소금물에 5~15분 정도를 담가두고 꺼내면 된다.


해동지로 참치를 감싸 숙성시킨다.

숙성은 해동지 같은 흡수가 잘되는 종이나 천으로 해동된 참치를 잘 감싼 후 냉장고에 일정 시간을 두는 과정이다. 이 시간을 통해 냉동된 참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수분과 불순물을 빨아들이고, 세포를 복원시킨다.


수분을 빨아들인다는 게 중요한데, 숙성을 잘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먹는 도중 참치살 내부가 녹으면서 핏물이 흘러나오게 되어 있다. 종종 시중의 참치집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숙성은 가능하면 2~3시간 이상을 해야 하고,  중간중간 해동지를  새 걸로 교체해 주는 게 좋다.


그런데..

난 다 귀찮았다. 최소한 1시간이라도  숙성시켰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ㅎㅎ


여기 참다랑어 입천장살이 있다. 머리 부위의 살인만큼 다른 부위에 비해 피가 훨씬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이 제품 자체가 약간 하자가 있는 것 같다. 사진에 보다시피 거의 1/3 이상을 발라냈는데도 내부에 혈전처럼 피가 뭉쳐져 있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은 도마 위에 썰어내었다. 중간중간 피가 뭉쳐있는 게 보인다.


겉은 녹았지만 내부는 아직 얼어있는 상태라 회 맛이라기보다는 차가운 식감으로 먹는 정도라서 별 맛은 없다. 또, 머릿살은 원래 뱃살이나 등살 같은 부위를 먹을 때 별미로 조금씩 먹어줘야 하는데, 이건 그냥 머릿살만 있으니 더 더욱 맛이 별로다.


이럴 땐 취할 수 있는 처방은 김 싸먹기이다. ㅎㅎ

김과 치자 단무지를 곁들여 피비린맛을 최대한 감추고, 기름소금을 찍어 먹는다.

그나마 이건 좀 먹을 만했다.

그리고 얼마 후 참치가 녹기 시작하면서 걱정하던 참사가 벌어졌다.


아.. 보기가 너무 그래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피가 줄줄줄..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해동지를 깔고 위에 올려두었다.

아.. 도저히 이건 먹을 수가 없어..ㅠ.ㅠ


종종 집에서 참치회 먹는 포스팅을 보면, 빨리 먹고 싶어서 30분만 숙성 후에 맛있게 먹었다는 글들이 있다. 사진 찍을 땐 맛있어 보였을지 몰라도 분명 10~20분 후에는 핏물이 흘러나와 참치가 쪼그라들면서 엄청 맛이 없게 되었을 것이다.(물론 저 머리 부위 살만큼은 아니다.)


참치 숙성. 최소한 2시간 이상. 가능하면 5시간 정도 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7~8시간 정도가 딱 좋다. 어떤 참치 전문가의 글을 보니 이틀 숙성한 게 가장 맛이 좋았다고 한다.(이럴 경우 겉 부분이 일부 부패될 수 있어 발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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