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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Nov 30. 2015

집에서 떠 보는 부시리회

겨울엔 방어가 제철이라고 하지만, 아직 방어 제철을 논하기엔 조금 이르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한 박자 늦기 때문에 1월은 되어야 적정 수온이 된다.(여름 방어는 너무 맛이 없어 예전 제주에서는 개밥으로 줬다고 한다.) 방어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부시리라는 물고기가 있다. 제주에서는 히라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부시리도 방어처럼 10kg 이상까지 성장하는 대형 물고기인데 방어와 달리 사시사철 맛이 동일하다.

방어와 부시리의 차이점은 검색하면 잔뜩 나오니 스킵하기로 하자.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어 부모님과 형네 식구에게 회를 떠주고 싶었다. 제철은 아니지만 왠지 겨울이니 방어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하려고 했는데, 요즘 제주 수온이 높아 방어 가격이 천정부지인 모양이다. 5kg짜리 대방어 1마리에 15만 원을 부르더라. 원래 방어는 싼 맛에 먹는 거 아니었나;;


결국 8만 원을 주고 4kg짜리 부시리로 대신하기로 했다.


부시리는 육지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들다. 방어는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어서 횟집에서 종종 메뉴로 취급하긴 하지만, 부시리는 생소한 어종이라 잘 찾지 않기에 더더욱 그렇다.(혹은 부시리를 방어라고 속여 팔기도 한다.)


우선 제주도에 한 식당과 통화해서 항공배송으로 주문했다. 하루 전에 전화해서 고기 종류와 가격을 흥정하고 입금해 주면, 다음날 항공편으로 배송해준다.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추어 공항 화물청사로 가면 받을 수 있다. 제주에서 항공 배송료는  25,000원가량이다.


바로 썰어 먹을 수 있게 '포'로  떠달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사진처럼 내장만 제거한 후 받을 수도 있다. 얼음이 충분히 재워져 있어, 배송되는 동안 자연스레 숙성도 된다.


눈이 맑고 투명해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근데 너무 눈이 맑아서 회 뜨기 미안해진다..


4kg 정도면 6~8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도마가 작아서 다 올라가지도 않는다.


회를 뜨는 방법은 일반 물고기와 별반 다를게 없다. 하지만 큰 어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살점 상당수를 뼈에 묻어두었다. (어차피 매운탕 때 살점 먹으면 되니까 상관없다.)


발라낸 한쪽 부위. 여기저기 실수로 살점이 뜯긴 게 눈에 띈다;

보통 이걸 석장 뜨기라고 한다. 좌/우 양쪽 살을 발라내면, 살 덩어리 2개와 뼈가 남아서 석장 뜨기.


너무 크므로 등분을 한 후 해동지로 감싸서 잠시 냉장고에 넣어둔다.


한두 시간 후에 꺼내 한 상을 차린다. 사진의 양이 딱 반마리다. 보기엔 많지 않아 보이지만 두툼하게 썰었기 때문에 몇 점만 먹어도 만족스러운 양이다. 아쉬운 건 4kg 정도면 부시리 치고는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부위별로 맛을 보기엔 좀 어려움이 있다. 최소 5kg 이상 되는 게 좋다.


얼핏 보면 방어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방어에 비해 부시리는 전체적으로 살이 더 밝은 빛을 띤다.


살에 붉은 에머럴드 빛이 감도는데 신선하다는 증거이다. 


부시리는 쌈장과 마늘, 고추를 곁들여 푸짐하게 쌈을 싸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와사비에 간장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방어와 마찬가지로 부시리도 크기가 클수록 지방이 더 풍부해서 맛이 있다. 

기회가 되면 가격의 압박이 좀 있지만 5kg 이상의 사이즈를, 혹은 8kg 이상의 특대 사이즈를 먹어보길 권한다.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꼭 대방어를 떠보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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